새 정책으로 포장했지만… 이 정부서 저 정부로 넘어간 '개인 부실채권' [배드뱅크 잔혹사②]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배드뱅크 잔혹사 2편배드뱅크 실적 늘 목표치 미달사법형 채무조정 문턱 높으니이벤트성 배드뱅크 공약 재탕
우리나라의 배드뱅크는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배드뱅크 정책은 반복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개인 채무자들을 위한 개인회생이나 파산제도의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적기에 채무를 조정 받지 못한 이들은 장기연체자로 전락하고, 정치권에선 장기 연체자 해소를 위한 배드뱅크 정책을 내놓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이대로 괜찮을까. '배드뱅크 잔혹사' 2편이다.
배드뱅크가 반복되는 첫번째 이유는 회생ㆍ파산제도가 제 기능을 못해서다.[사진|뉴시스]
배드뱅크(Bad Bank)는 원래 정부 또는 공공기관이 기금을 조성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해 소각하거나 일정 비율로 채무자의 원금을 감면해주는 '공공기금형 채무조정'을 의미한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이런 배드뱅크가 '개인 채무자의 부실채권 처리'에 활용된다. 개인 채무자의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개인파산ㆍ회생 제도와 같은 '사법형 채무조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정치인들은 '신용 대사면'과 같은 일회성 이벤트식 배드뱅크를 내놓는 게 일상이 됐다.
문제는 이렇게 반복되는 배드뱅크가 별로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거다. 여기까지가 앞서 넘버링 '배드뱅크 잔혹사' 1편 '별 효과도 없는데… 배드뱅크를 왜 개인 빚 터는 데 활용할까(701호)' 기사의 핵심 내용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배드뱅크 정책의 실효성을 따져 봤다. 이번에는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 배드뱅크 정책의 실효성을 살펴본 후, 역대 정부의 배드뱅크에 대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짚어보자.
■ 사례④ 윤석열 정부 새출발기금(2022~2025년) = 1편에 이어 각 정부의 배드정책을 살펴보자. 이번엔 윤석열 정부다. 이전 정부가 주로 개인 채무자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거나 이관받아 조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윤석열 정부의 새출발기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ㆍ자영업자를 지원하는 거였다. 2025년까지 30조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하기로 하겠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이하 당시 직함)의 공약이기도 했다.
2022년 10월 출범한 새출발기금은 두 기준을 근거로 집행됐다. '90일 이상 연체 무담보채무와 부실차주 채무'의 경우, 채권을 직접 매입해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줬다(매입형). '연체 90일 미만의 담보채무와 부실우려차주 채무'는 신용회복위원회(이하 신복위)가 채권자(금융회사)의 동의를 거쳐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중개형 방식'으로 지원했다. 2024년 12월 기준 매입형 약정은 2만9683명(2조5803억원ㆍ평균 감면율 70%), 중개형 약정은 3만1052명(2조3450억원ㆍ이자율 평균 4.7% 감면)으로 총 6만735명(4조9253억원)이 혜택을 봤다.
하지만 이 역시 정책 목표(30조원 매입)에는 한참 못 미쳤다. 실적이 부진했던 건 새출발기금의 도움을 받으면 채무조정 이용 정보가 2년간 남아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약정이 체결되면 부실채권이 새출발기금으로 이관돼 사실상 추심이 중단되는 효과가 있었지만 이용자가 별로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뉴시스]
■ 사례⑤ 이재명 정부 새도약기금(2025년~현재) = 새도약기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장기소액연체채권 해소' 공약에 따른 것으로,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목표는 장기소액연체자 113만4000명의 채권 16조4000억원을 조정하는 것이다.
기금 구조는 기존과 대동소이하다. 기금은 캠코 보유분(22만9000명ㆍ3조7000억원)과 국민행복기금 보유분(11만1000명ㆍ1조7000억원), 그리고 이명박~문재인 정부 시기에 처리되지 못하고 남아 있던 기금 채권을 포함해 2025년 말까지 총 7조7000억원(약 60만명ㆍ중복 포함)의 채권을 매입했다.
첫 소각은 지난해 12월 8일 이뤄졌다. 기초수급자 6만6000명(1조1000억원), 중증장애인 2900명(440억원), 보훈대상자 700명(130억원) 등 7만명의 채권 1조1000억원어치가 우선 소각됐다. 이후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분석① 역대 정부 배드뱅크의 특징 = 이처럼 각 정부의 배드뱅크 정책을 보면 두가지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나는 실적이 공약이나 정책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친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이재명 정부까지 채무조정을 공약했던 대상자는 1300만명에 이르지만, 정작 실적은 120만명 수준(중복 포함)으로 추정된다.
다른 하나는 실적 저조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임 정부가 처리하지 못한 채권을 이어받는 일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전임 정부의 매입 채권을 다음 정부가 이어받아 처리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역대 정부는 그걸 마치 새로운 업무인 것처럼 재포장하고 자신들의 성과인 것처럼 호도했다.
사실 각 정부의 채권 매입 대상과 실제 채무조정ㆍ소각 대상이 일치하지 않는데, 여기에도 이런 관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음 정부가 채권을 이어받아 조정ㆍ소각하는 구조 속에서 동일한 채무자가 여러 정부의 실적에 걸쳐 계상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실제 수혜자는 통계보다 더 적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분석② 배드뱅크 실적 저조한 이유 = 그럼 배드뱅크 실적은 왜 이렇게 저조할까. 법원 문턱은 높고, 낙인효과는 커서다. 그래서 채무자들은 파산을 피하려 버티고 버티다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돼서야 법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서울회생법원 통계에 따르면 실제 파산 후 파산신청까지 3년 이상 걸리는 채무자가 절반 이상이다.
[사진|뉴시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0년 내놓은 금융부문 평가보고서(FSAP)에서 한국 파산제도의 낙인효과 문제를 지적한 건 곱씹어볼 만하다. "파산으로 인한 낙인효과가 심각하다. 채무자회생법은 파산자 불이익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다른 법령들이 여전히 파산자의 직업 자격을 박탈하고 있음에도 개정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그 결과, 파산보다 개인회생 신청이 훨씬 많다."
정부의 배드뱅크 정책이 반복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인 채무자들이 사법형 채무조정을 꺼리기 때문에 적기에 채무조정을 받지 못한 이들이 장기연체자로 바뀌고, 이런 장기연체자가 늘어나면 이벤트성 배드뱅크가 등장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지금 어떤 정책을 펴는 게 좋을까. 이 이야기는 넘버링 3편에서 이어나가보자.
김진욱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email protected]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email protected]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