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보다 많은데 ‘無니코틴’…마약 섞어도 모르는 전자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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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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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의 정의를 확대한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연초·니코틴을 원료로 한 모든 제품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왔다. 그간 논란이 컸던 액상형 전자담배(합성 니코틴)도 포함된다. 하지만 업계가 충분한 우회로를 확보해 둔 탓에 규제 효과가 크지 않을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서울 시내의 한 전자담배 매장에 액상형 등 전자담배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재정경제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재고 제품에 대한 안전 관리 기준을 마련해 2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합성 니코틴도 담배로 보는 새 법이 24일부터 시행됐지만, 현장에 쌓인 재고가 문제라는 지적에 대응하는 성격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법 시행일로부터 12개월을 초과해 유통·판매되는 제품과 우편·전자거래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을 권고할 수 있다. 사업자 또한 재고 제품을 판매하고 있음을 소비자가 인식할 수 있도록 영업소 내·외부에 표시·고지해야 한다.
재고 문제와 더불어 큰 문제는 유사 니코틴이다. 유사 니코틴은 니코틴의 화학 구조를 미세하게 변형한 물질이다. 중독성과 자극 효과 면에서 합성 니코틴과 사실상 같지만, 담배사업법은 물론, 약사법이나 화학물질관리법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이미 성행하고 있다. 제조도 쉽고, 구매도 쉽다. 기껏 법을 개정했는데 피해갈 길이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유사 니코틴)의 유통과 품질을 관리하는 정부의 합동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에게 판매해도 되느냐. 그동안 방치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단 정부는 RS니코틴에 대해선 기존 합성 니코틴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RS니코틴은 합성 니코틴 원액(1차 합성 결과물)으로 일부 전자담배 단체가 국제화학물질(CAS) 식별번호가 기존 니코틴과 다르다는 이유로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RS니코틴 외에도 다양한 유사 니코틴을 얼마든지 제조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무(無)니코틴’으로 표기된 제품이다. 니코틴이 없다는 뜻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무니코틴'이라 표기하고 판매 중인 12개 액상형 전자담배를 조사했더니 7개 제품에서 니코틴이 검출됐다. 용량이 17mL인 한 제품에서는 158㎎의 니코틴이 검출됐는데 이는 니코틴 함량 0.5㎎인 궐련 담배 316개비 분량에 달한다.
이들 제품은 대부분은 정부 기관의 규정을 따르는 GLP 인증과 무관한 자체 실험만으로 만들어 판다. 제조도, 판매도 규제 사각지대에 있어 가능한 일이다. 세종시의 한 전자담배 매장 업주는 “어떤 물질인지,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는 제품이 부지기수인데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전자담배도 과자나 음료처럼 꼼꼼히 검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향후 유사 니코틴 관련 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장하기로 결정했다. 부실 관리에 대한 비판이 장기간 제기됐는데 일단 주무 부처는 교통정리를 한 셈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식약처가 연구 기능은 몰라도 인력 등을 고려할 때 현장 관리∙감독까지 담당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한다.
‘오픈 탱크(Open Tank) 형태인 전자담배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유사 니코틴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판매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대부분은 액상 주입구가 개방된 구조다. 취향을 반영해 원하는 액상을 직접 넣을 수 있도록 설계한 건데 이론적으로는 어떤 용액이든 넣어도 된다.
문제는 범죄와 연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국가정보원은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에토미데이트를 코카인과 섞어 액상형 전자담배에 주입한 뒤 국내로 반입하려던 국제 마약밀매 조직 4명을 검거했다. 8월에는 마약류를 섞은 전자담배를 제조한 뒤 강남 유흥가 일대에 공급한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전자담배를 활용한 마약 범죄는 최근 해외 각국에서도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법 개정으로 합성 니코틴에 세금이 붙으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고 규제 밖 유사 니코틴 시장이 커지는 풍선효과가 불가피하다”며 “성분 검증 등 사전 규제는 물론, 제조∙유통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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