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1년] 포용이냐 관치냐…‘금융 수난시대’ 한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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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금융” 대통령 한 마디에 금융당국 속도전정치적 시그널에 시장 건전성 ‘기우뚱’과도한 관치금융, 중·저신용자 외면 문턱 높이기 될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금융을 “잔인한 금융”, “약탈적 금융”이라고 표현하며 ‘사람을 살리는 금융’을 주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을 두고 “반 이상은 공적 역할을 하는 준공공기관”이라며 금융권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 강화를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포용금융 강화 필요성 자체에는 공감의 목소리가 크지만, 동시에 금융의 리스크 관리 원칙까지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28일) ‘포용적 금융 대전환 회의’를 열고 금융시스템을 포용적 금융 중심으로 근본 재설계하기 위한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구성 방안을 발표했다. 추진단은 감독총괄·정책서민·금융산업·신용인프라 등 4개 분과 체계로 운영된다. 금융회사의 공적 역할과 건전성 감독 원칙, 신용평가체계, 금융소외 구조 등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회사 내 포용금융 최고책임자(CIFO) 지정 방안과 비금융정보 기반 신용평가 확대 등도 주요 검토 과제로 제시됐다. 이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이달 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은행은 준공공기관”이라며 금융권의 중·저신용자 대출 관행을 공개 비판하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김 실장은 당시 “은행은 국가의 면허 위에서 예금자 보호라는 공적 안전망을 등에 업고 위기 때면 구제금융의 보호를 받는 준공공기관”이라며 “그 특권에 상응하는 사회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시장 개입이 아니라 계약의 이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도 이에 대해 “정책실장이 금융기관은 준공공기관이라고 했는데 제가 길게 얘기한 걸 간단히 줄여주셨다”며 공개적으로 힘을 실었다. 청와대 문제의식에 맞춰 금융당국은 이같이 ‘포용적 금융 대전환’ 정책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방향이 금융회사 건전성과 시장 원리 사이 균형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가 건전성 중심 감독체계와 금융회사의 공적 역할까지 재점검 대상으로 올리면서 금융회사 자율 영역에 정책 논리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중·저신용자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문제를 단순 금리 인하나 공급 확대 중심으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자는 단순히 은행이 외면해서 만들어진 집단이 아니다”라며 “불안정한 소득 구조와 금융이력 부족, 연체 경험, 금융교육 부재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역할은 금융 취약계층이 왜 취약 상태에 놓였는지를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금융교육이나 채무 재기 시스템, 고용·복지 정책까지 함께 가야 하는데 금리만 낮춘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금융회사 역할은 보다 정교한 신용평가 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는 시각이다. 과거 금융이력 중심의 획일적 평가에서 벗어나 소비 패턴과 플랫폼 데이터, 상거래 이력 등을 활용해 차주의 상환 능력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 역시 기존 금융이력이 부족한 차주를 평가하기 위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 확대를 추진 중이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거래 데이터나 플랫폼 활동 정보 등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정책적 압박이 과도해지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리스크 관리 원칙이 흔들릴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 자체를 더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은 결국 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산업”이라며 “정책 목표가 시장 원리보다 앞서기 시작하면 금융회사는 책임 부담 때문에 더 안전한 차주만 찾게 되는 역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분위기를 놓고 ‘금융 수난시대’라는 표현까지 언급된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금융권을 압박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정치적 시그널에 과도하게 민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금융당국 규제 정도였다면 지금은 대통령실 문제의식 자체가 바로 정책 시그널이 되는 분위기”라며 “금융회사들이 여론과 정치 메시지에 훨씬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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