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로 흘러간 1조 면세유 혜택…“맞춤 지원으로 실효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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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조세특례면세주유소 91% 적정가보다 비싸농어민 부담 경감·실질혜택 불분명인지세 면제 등 대상자 제한 필요1993년 도입 카드공제도 취지 무색“경제구조·산업변화 맞춰 재설정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4월 13일 충남 서산의 농기계 이용 현장을 방문해 중동 사태로 인한 농가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농림축산식품부
상당수 조세특례 제도가 수십 년 동안 일몰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은 혜택을 한번 주기는 쉬워도 뺏기는 어려운 재정의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정부가 세금 감면을 ‘조세지출’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특례 도입 때와 경제구조 및 제반 환경이 달라졌는데도 검증 없이 수십 년간 연장을 거듭하면서 곳곳에서 재정 낭비가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업·임업·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다. 정부는 농림어업인이 면세유를 공급받을 때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자동차세 등을 면제해준다. 생산비 부담 완화와 농수산물 안정 공급을 명분으로 1974년 도입된 뒤 9차례 연장됐다. 올해 말 다시 일몰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감면액 전망은 1조 104억 원에 달한다.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면세유를 당장 폐지하면 농어민의 유류비 부담이 급증하고 생활물가에도 파급될 수 있어 즉각적인 철폐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행 방식을 그대로 연장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2023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실시한 심층 평가에 따르면 면세유 제도가 농림어업인의 생산성이나 소득을 높였다는 뚜렷한 근거를 찾기 어렵고 지원 규모가 줄어도 농림어가의 경제적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이 관찰되지 않았다.
근본적으로는 면세 혜택이 정작 농어민에게 온전히 돌아가지 않고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이 경기도 현장 점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면세유를 취급하는 주유소 164개소 중 149개소(91%)가 적정가보다 비싸게 판매한 정황이 나타났다. 면세 혜택 일부가 주유소 사업자 마진으로 귀속된 셈이다. 아울러 어가는 경영비 대비 면세액 비중이 농가보다 10배가량 높아 제도 안에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22일 “같은 농림어업인이라고 해서 일률적으로 세금 감면을 해주면서 대규모 양식업 사업자나 기업형 축산업 사업자 등 자산가들에게도 과도한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며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고 있는지 지원 대상의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의 충돌도 걸림돌이다. 석유류 세 부담을 낮춰주는 방식은 유류 소비에 잘못된 가격 신호를 줄 수 있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정부 방향과도 배치된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현행 면세유 지원을 유지하기보다 농림어업 지원을 통합해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환급하는 방식 등으로 제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농어민 지원 인지세 면제도 같은 맥락이다. 1970년 영세 농어민의 융자 절차에 붙는 인지세를 면제하면서 시작돼 예적금 증서, 농지은행 사업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심층 평가에서 당장의 일몰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지만 단순 연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협·새마을금고 조합원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 농어민이 아닌 수혜자가 포함될 수 있는 만큼 대상을 농어민으로 한정하거나 소득·신용 기준으로 혜택을 제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79년 도입된 도시철도 건설 용역 부가가치세 영세율도 올해 감면액 전망이 4015억 원에 이른다. 도시철도 확충이라는 정책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4000억 원대 지원을 부가세 영세율이라는 조세지출 방식으로 계속 둘지, 국고보조나 지방재정 등 직접 재정 지원으로 전환할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장수 특례보다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도입됐지만 그사이 정책 환경이 급변한 특례도 상당수다. 1993년 처음 도입돼 1999년부터 공제율을 상향한 뒤 일몰을 6차례 연장한 신용카드 사용 세액공제가 대표적이다.
카드 사용 활성화를 통한 과표 양성화 목적이 컸지만 전자결제가 보편화된 지금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부담 완화 성격이 더 강해졌다. 지난해 일몰이 도래한 신용카드 사용 소득공제도 같은 이유로 폐지론이 대두됐으나 오히려 자녀 수에 따라 한도를 상향시켜 3년 연장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도 “신용카드 세액·소득공제는 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지금은 우리나라 카드 사용률이 이미 충분히 높으니 정책 목적은 사실상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근로소득자에 대한 사실상의 세제 혜택 역할을 하고 있어 정부도 쉽게 손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도입돼 6차례 일몰이 연장된 하이브리드 자동차 개별소비세 감면도 지원 대상 재조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년 전 심층 평가에서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수소차보다 친환경성이 낮고 가격경쟁력이 상당 부분 확보됐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차 감면 규모는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KDI의 제언이다.
중소기업 취업자 소득세 감면은 2011년 도입돼 5차례 일몰이 연장됐다. 고소득층 지원은 취업 유도 효과 없이 조세지출만 발생시킬 수 있다며 총급여액 상한 등 소득 요건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도 현재까지 소득 기준 없이 운영되고 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역대 정부가 모든 조세지출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결국 못 했고 오히려 규모는 계속 늘어났다”며 “또 한번의 공허한 외침이 되지 않으려면 이해관계자 반발과 정치적 부담을 넘는 단호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훈 기자 [email protected]김남명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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