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 공유’ 화두 던진 정부...현실성은? [이슈&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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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장관 “초과이익, 정규직만 가져가야 하나”노동부 1일 긴급토론회 ‘사회연대임금’ 논의전문가들 “정부가 민간이익 재분배 강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안이 어렵사리 타결됐지만, 정부가 ‘초과이익 재분배’를 화두로 꺼내면서 논쟁에 불이 붙고 있다. 대통령실이 최근 ‘초과이익 환급’ 논란에 대해 “기업 이익이 아닌 초과세수 활용 차원”이라며 진화에 나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간기업의 초과이익 재분배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서면서다.
전문가들은 초과이익이라는 개념자체가 모호한데다 시장 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세금을 통한 재정 재분배를 넘어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까지 정부가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 차담회에서 “기업 활동을 통해 발생한 초과이익을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 그것이 정규직만 가져가야 할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이익을 나눠야 하는 이유에 대해선 “오늘날 삼성전자의 성공은 해당 노사의 헌신적 노력뿐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 지원이 함께 있었기 때문”이라며 “재분배 역시 사회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이 정당하게 거둔 이익에 대해 정부가 관여해서 배분을 하자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그거 할 생각 전혀 없다. 그걸 어떻게 하냐”고 했지만, 정작 ‘재분배’의 대상에 대해 “초과이윤은 세금을 빼고 기업 내에 이윤이 남은 것을 말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노동부는 다음달 1일 긴급 토론회를 열고 이른바 ‘한국형 사회연대임금’ 가능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사회연대임금정책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게 골자다.
앞서 대통령실은 ‘초과이익 환급’ 논란이 불거지자 “기업 이익을 환수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초과세수를 활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가가 더 많이 걷은 초과세수와 기업이 더 벌어들인 초과이익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특정 기업을 사례로 ‘초과이익 재분배’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기업 이윤 배분 문제에까지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꺼낸 화두의 뿌리는 사실상 ‘정운찬식 초과이익공유제’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대기업이 목표 이익을 초과 달성하면 협력 중소기업과 성과 일부를 나누는 방식을 제안했다. 김 장관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경제민주화는 동반성장’이라고 했다. 이걸 노사문제로 풀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전 총리는 최근에도 할리우드와 NFL, 구글·애플 사례를 들며 협력이익 공유를 주장했다. 할리우드 영화나 NFL은 사전에 위험과 수익을 함께 부담하기로 계약한 공동사업 구조다. 구글·애플 앱스토어 역시 플랫폼 사업자와 개발자 간 계약 기반 수익배분 모델이다. 계약에 따른 시장 거래와 정부 주도의 재분배 논의를 같은 선상에 놓기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초과이익 재분배는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이유는 ‘초과이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지나치게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과거 보고서에서 “경제학에는 정상이익(normal profit)은 존재하지만 초과이익은 현실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큰 이익을 낸 이유가 엔비디아 공급망 효과인지,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때문인지, 환율 효과인지, 정부 지원 때문인지, 협력업체 경쟁력 덕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무엇을 ‘사회적으로 환수해야 할 초과성과’로 볼 지 가르마를 탈 기준이 불문명하다.
제조업 공급망 특성상 기여도를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자동차 한 대에는 3만개 안팎, TV 한 대에도 수백에서 수천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특정 협력업체의 기여 몫만 따로 떼어내 성과를 배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손실은 나누지 않으면서 왜 이익만 나누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적자가 발생할 경우 협력업체도 손실을 함께 부담할 것이냐는 문제다. 위험은 기업과 주주가 떠안고 성과만 공유하라는 구조는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상장기업 주주 재산권 침해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기업 이익은 원칙적으로 주주 배당과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재원으로 쓰인다. 정부가 ‘사회적 재분배’를 명분으로 기업 이익 활용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투자와 혁신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에는 초과세수가 있을 수 있지만, 기업에 ‘초과이익’이라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면서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은 주주들의 몫으로 정부의 논의는 회사법 구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그 부분에 대한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노동부의 초과이익 공유 언급이 나온 직후 사장단 회의를 열고 향후 5년간 5조원 규모 상생기금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기금은 2·3차 협력사 지원과 산업재해 기금 조성, 취약계층·영세자영업자 대상 포용금융 확대, AI 인재 육성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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