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하단 6000까지 열려있다는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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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쏠림’의 역습…‘과열 청구서’ 받아든 코스피실적 우려에 금리·환율 악재까지…“조정 불가피”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코스피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와 AI 반도체 실적 우려가 겹치면서 그 충격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5일 급락한 데 이어, 8일에도 위태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떨어지는 칼날에 올라서지 말라"는 경고가 나올 만큼, 추가 조정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어디까지 떨어질지에 쏠린다. 이미 8000선이 무너진 가운데, 증권가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할 경우 올해 하반기 코스피 지수가 600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급락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라는 의견도 나와, 당분간 투자자들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예상된다.
급락장에 코스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8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왜 떨어지나…반도체 고평가 부담에 금리인상 직격탄
8일 코스피 지수는 개장 직후 8%대 폭락하며 80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지난 5일 5.54%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큰 낙폭이다. 개장 직후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9.27%)와 SK하이닉스(-8.02%)가 크게 빠졌고, 현대차(-9.86%), 삼성전기(-9.16%)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무너졌다. 시장의 충격이 너무 큰 탓에 코스피 시장에는 9시3분께 주식 매매를 일시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다.
이번 폭락의 도화선은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미래 실적 전망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다 보니 그동안 호재였던 '반도체 쏠림 현상'이 하락장에서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사이클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그동안 장밋빛 미래를 주가에 너무 빨리 반영하다 보니 가격 부담이 커진 구간에 진입한 것"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미국발 금리 인상 우려가 투심을 더 얼어붙게 했다. 지난달 비농업 신규고용은 17만2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의 두 배에 달했다. 고용이 이처럼 탄탄하면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릴 이유가 줄어든다. 실제로 시장의 기대도 빠르게 돌아섰다. 연준의 금리 전망을 가늠하는 페드워치(FedWatch)를 보면, 오는 12월 금리 동결 전망은 47.4%에서 26.9%로 떨어진 반면 금리 인상 전망은 42.7%로 뛰었다.
동시에 원·달러 환율이 1560원선까지 치솟으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이탈했다. 외국인은 주가 자체보다 환율 변동에 민감해, 원화 약세가 멈추지 않으면 아무리 실적이 좋은 기업이라도 주식을 팔아 치우는 경향이 있다. 하나증권은 이에 대해 "금리 우려와 환율 폭등,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반도체 업종의 차익실현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진 일시적 압축 조정"이라고 분석했다.
2024년 5월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홍보관을 찾은 한 시민의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반도체 호황 꺼지면 코스피 6000"…"이번 주가 고비"
그렇다면 지수는 어디까지 빠지게 될까.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 전망을 발표하면서 약세장 시나리오의 하단을 6000선까지 열어둔 바 있다. 당시 JP모건은 강세장일 경우 코스피가 1만 포인트까지 돌파할 수 있지만, 상황이 최악으로 흘러가면 6000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하반기 전망 범위를 6500에서 9500선으로 잡으면서, 거시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될 경우의 하방 지지선을 6000선으로 바라봤다.
당시 두 곳이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는 반도체 호황이 꺾이고 물가가 다시 치솟는 상황이었다. 한국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식으면 지지선도 무너진다는 논리다. 이번 하락장이 반도체 업종의 실적 이슈, 즉 브로드컴 쇼크에서 비롯된 만큼 시장에서는 약세장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결국 이번 주에 몰려 있는 글로벌 이벤트들이 향후 하락장의 깊이를 결정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당장 반도체와 AI 업황의 추가 동력을 확인시켜 줄 오라클(10일)과 어도비(11일)의 실적 발표가 대기하고 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들 기업이 제시할 향후 실적 전망치(가이던스)가 시장 기대치를 웃돌아야 얼어붙은 투자심리가 안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10일 밤 발표되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시장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이미 고용 지표로 인해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인 상황에서 물가마저 높게 치솟을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론에 무게가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포에 질린 무차별적 투매는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라고 조언한다. 김두언·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들은 "시장의 주가는 크게 요동쳤지만,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이익의 방향성은 여전히 위쪽을 향하고 있다"며 "현재의 공포는 흘려보내야 할 소음일 뿐이므로, 시장이 비이성적일 때일수록 뚜렷한 기업 실적을 보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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