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소각 넘어 원료로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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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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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서 화학적 재활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열분해 원료 사용과 잔재물 재활용에 규제특례를 부여했고, LG화학은 당진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통해 재생 나프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원유와 나프타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폐플라스틱 원료화의 상업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경ESG] 이슈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장기화로 인해 비닐·플라스틱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비닐·플라스틱 대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사진은 27일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한 플라스틱 기업 공장 원료창고의 모습. 2026.3.27. 사진=뉴스1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의 무게중심이 소각에서 원료화로 옮겨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 폐플라스틱은 발전시설이나 산업용 보일러에서 태워 에너지로 회수하는 열적 재활용 등에 주로 사용됐다.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에 적합한 폐플라스틱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필요한 수거·선별 비용이 비싸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정부에 따르면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 방식 중 열적 재활용은 58%, 물질 재활용은 41%인 데 반해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은 1%에 그친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5월 5일 폐합성수지 열분해, 고형연료제품(SRF)의 열분해 원료 사용, 열분해 잔재물 재활용 등 12건의 순환경제 규제특례를 부여했다. 폐플라스틱을 자원화하기 위해서다. 사업장에서 나오는 폐합성수지는 기존 순환자원 인정 요건이 물질 재활용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열분해 원료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폐합성수지가 순환자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이물질이 5% 이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실증 결과에 따라 별도 인정 기준이 마련되면 화학적 재활용에 필요한 폐플라스틱 원료 확보의 병목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규제특례로 열린 ‘재생 나프타’ 실증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LG화학이다. LG화학은 이번 규제특례에서 고형연료제품(SRF)을 열분해 시설에 투입해 열분해유 생산량과 성분을 검증하는 과제에 참여한다. SRF는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로 만든 연료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발전시설이나 산업용 보일러 등 제한된 시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열분해 원료로 쓸 수 있게 되면 태우는 연료였던 SRF가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될 가능성이 열린다. LG화학의 기술적 승부처는 초임계 열분해다. 고온·고압 수증기로 혼합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것이다. LG화학은 충남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초임계 열분해유 공장을 완공하고 현재 시운전 중이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10t(톤)을 투입하면 8t 이상 열분해유를 얻을 수 있고, 남은 부생가스는 공정 에너지로 재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은 기존 기계적 재활용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투명 페트병처럼 단일 재질이고 오염이 적은 플라스틱은 물질 재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과자 봉지, 즉석밥 용기, 복합 포장재처럼 여러 소재가 섞인 폐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다. 열분해는 이런 혼합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전환한 뒤 나프타 대체 원료로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화학적 재활용이 단순한 폐기물 처리 기술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대응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본다. LG화학 관계자는 “유럽 고객사를 중심으로 제품 단위 탄소배출량과 재생 원료 사용 여부를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지면서, 재활용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기존 석유화학 공정에 투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일이 장기 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화학사들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다우는 무라테크놀로지와 손잡고 미국과 유럽에서 복수의 첨단 재활용 시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양사는 2030년까지 최대 60만t의 재활용 처리 역량을 추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엑슨모빌은 미국 텍사스 베이타운에서 세 번째 첨단 재활용 설비를 가동해 연간 2억5000만파운드(11만3000t) 규모의 폐플라스틱 처리 능력을 확보했다. 2026년 말까지 글로벌 시설 기준 연간 약 4억5000만파운드(20만4000t)의 처리 역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다. 화학적 재활용, 시장성 빠르게 개선 바스프(BASF)는 브레이븐 인바이런멘털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혼합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나온 열분해유 기반 재활용 원료를 미국 텍사스 포트아서 석유화학 시설의 화석 원료 일부 대체재로 쓰고 있다. 사빅은 영국 재활용 기술기업 플라스틱 에너지와 함께 네덜란드 헬린에서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전환하고, 이를 수첨처리해 인증 순환 폴리머 원료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은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지난 1월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 발표에 따르면 글로벌 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시장 물량은 2025년 137만t에서 2035년 119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6~2035년 연평균 성장률은 24.13%로 추산됐다. 기술별로는 열분해가 2025년 기준 약 44%의 물량 비중을 차지해 가장 큰 축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화학적 재활용이 곧바로 게임 체인저가 되기는 어렵다. 원료 폐플라스틱의 품질 편차, 염소·수분 등 불순물 관리, 열분해유 정제 비용, 잔재물 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 이번 규제특례에 열분해 잔재물 재활용 과제가 포함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열분해유 생산량만 늘려서는 사업성이 완성되지 않는다. 남는 잔재물을 매립하지 않고 활용할 수 있어야 처리비가 낮아지고 전체 공정의 경제성이 개선된다. LG화학은 기술은 준비돼 있지만 친환경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어 세제 혜택, 의무 구매 기준 등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고객사의 재생원료 요구가 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재생 플라스틱 프리미엄을 누가 부담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순환경제 규제특례가 단순 실증에 그치지 않고 원료 인정 기준, 재활용 실적 인정, 탄소감축 가치 산정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화학적 재활용의 의미가 자원순환을 넘어 원료 공급망 안정화로 확장되면 수요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유와 나프타 수급 안정성이 중요해지면서 재생 원료를 통해 플라스틱 원료를 확보하려는 시장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발 저가 나프타 공급 과잉으로 정유사와 재활용 업체가 모두 어려움을 겪던 때와 달리 지금은 원료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이 커졌다”며 “폐플라스틱에서 고급 연료와 나프타 대체 원료를 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은 자원순환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성 측면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균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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