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83만명에 '의무 교육'…AI 패권 노린 중국의 '초강수' [차이나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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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학비 美 vs 183만 의무 교육 中…교실로 번진 AI 패권전알파스쿨에 열광하는 美 엘리트스마트 칠판에 '가상 공자' 띄운 中AI가 바꿔 놓는 미·중 교실 문법
중국 기업 유비테크가 출시한 반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AFP연합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인공지능(AI) 포럼. 중국 각지에서 온 초·중등학생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팔을 다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레이싱 게임, 시각장애 여성을 위한 AI 화장 보조 도구, 하천 오염물질을 원격으로 실시간 감시하는 로봇 시스템을 소개했다.
중국에서 ‘AI 네이티브 1세대’ 불리는 이들은 키보드 타자도 능숙하지 않지만 음성 입력과 AI 도구를 활용해 자신이 상상한 게임을 실제 작동하는 형태로 만들어냈다.
같은 시기 미국에선 AI 기반 대안 사립학교인 알파스쿨이 개인별 맞춤 수업을 진행했다. 하루 2시간 AI 기반 개인별 학습을 진행한 뒤 나머지 시간엔 프로젝트형 워크숍과 생활기술 교육을 한다.
샌프란시스코 기준 연간 학비는 약 7만5000달러(약 1억1470만원)인데, 고소득층 학부모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첨단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AI 교육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AI가 노동시장과 산업 구조, 기업 경쟁 방식까지 바꾸기 시작하면서 기존 표준화 교육만으로는 미래 인재를 길러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미국에선 민간 학교와 에듀테크 기업, 창업가들이 고가의 대안교육을 중심으로 AI 교육 시장을 키우고 중국에선 정부와 지방 교육당국이 공교육 체계 안으로 AI 교육을 편입시키고 있다.
AI 사립학교 몰리는 美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고소득층 가정에서 AI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부유층 부모들이 전통적인 공립·사립학교 대신 AI와 생활기술, 프로젝트형 학습을 결합한 대안학교를 찾는 게 대표적이다.
이들이 주목하는 학교는 알파스쿨과 포지프렙 같은 신흥 교육기관이다. 이 학교들은 교사를 교사가 아니라 가이드나 코치라고 부른다. AI 기반 튜터가 학생 개별 학습 속도와 이해 수준에 맞춰 교육과정을 조정한다. 알파스쿨 소속 학생들은 매일 오전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각자 수준에 맞춰 핵심 교과를 공부한다.
이후 시간에는 토론, 프로젝트, 스포츠, 창업 관련 활동을 한다. AI가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잘하는 영역은 진도 속도를 높인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벤처캐피털리스트는 WSJ에 “특정 분야의 사실을 암기하는 것보다 즉석에서 생각하고 세상을 헤쳐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파스쿨은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작한 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등 미국 전역에 8개 학교를 추가했다. 말리부 등에도 추가 개교도 준비하고 있다. 홈스쿨링 소프트웨어와 기술 기반 교육과정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학교 밖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자녀의 가정용 AI 학습 플랫폼에 월 800달러가량을 쓰고 있다.
뉴저지주 리빙스턴에 있는 포지프렙도 또 다른 예다. 이 학교는 ‘1940년이 아니라 2040년을 위해 만들어진 학교’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사진=AFP연합
교육 과정의 중심에는 실제 문제 해결, 사업 만들기, 제품 설계가 있다. 졸업 후 창업해 기업을 운영하는 학생에게는 학교가 20만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는 모델도 제시했다. 올 가을 입학을 위해 600건의 지원서를 받았고, 첫해 4개 학년에 34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첫 입학생의 학비는 2만4000~3만6000달러이며, 이듬해에는 6만달러로 오른다.
미국식 AI 교육은 빠른 실험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공교육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립학교와 민간 기업이 AI 튜터, 개인화 학습, 창업 교육을 결합해 새로운 수업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기술·금융·벤처업계 학부모들이 초기 수요층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AI가 반복적 업무와 패턴 기반 사고를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자녀에게 암기보다 문제 해결력과 적응력, 창업가 정신을 길러주려고 한다.
AI 네이티브 키우는 中
중국은 정부 주도로 전역에서 AI 교육을 확산하고 있다. AI 교육을 일부 부유층의 선택지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인재 육성 전략으로 삼고 있어서다.
중국 교육부는 지난해 5월 초·중등학교에 AI 소양 교육과 생성형 AI 교육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어 6월에는 국무원이 오는 2030년까지 교육 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모든 교육 단계에서 AI 교육을 실시하고 학생들의 AI 소양을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이미 중국의 AI 교육은 여러 대도시에서 단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광저우, 선전, 상하이에선 전 도시 차원의 AI 소양 교육을 도입했고 베이징은 지난해 9월부터 모든 초·중등학교에서 보편적 AI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모든 학생이 학년마다 최소 8시간 이상의 AI 수업을 받도록 했다.
중국의 AI 교육은 중앙집중식 지원체계에 가깝다. 베이징의 경우 개별 학교가 처음부터 AI 수업을 설계하지 않고 교육당국이 제시한 프레젠테이션 자료, 수업안, 프로그래밍 예시, AI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
160세트가 넘는 교사용 AI 자료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대규모 교사 연수와 전문가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베이징 교육당국은 AI 소양 수업이 이미 1400개 이상 초·중등학교, 약 183만명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국에선 현실 문제 해결형 프로젝트에 AI 교육의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학생들이 골절로 팔에 깁스를 한 경험에서 출발해 희귀질환자·시각장애인·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즐길 수 있는 AI 기반 레이싱 게임을 만드는 식이다. 중국 교육 현장에선 AI 하천 모니터링 로봇이나 시각장애 여성을 위한 AI 기반 실시간 화장 보조 도구처럼 AI를 활용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디지털 휴먼 기술도 수업에 융합하고 있다. 허베이성 한 초등학교에선 스마트 칠판에 ‘가상 공자’ 등 AI 기반 교사를 띄워 실시간 AI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있다. 로봇공학이나 드론 등 기술 연계형 하드웨어를 과학 수업에 도입하고 올림피아드 참여도 장려하고 있다.
학교 밖 시장에선 AI 학습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온라인 사교육 규제를 강화하면서 기업들이 실시간 과외보다 AI 문제풀이와 가정용 학습기기 쪽으로 수익모델을 옮기면서다. AI 학습 시스템이 학생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개인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모델이 많아지고 있다.
다만 중국 내에선 교육이 지나치게 디지털화되거나 AI에 일방향적으로 의존하면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탐구할 기회를 잃고, 디지털 시스템에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AI 교육 경쟁은 같은 목표를 향하지만 경로는 다를 수밖에 없다”며 “미국은 고소득층 부모와 민간 교육기업이 먼저 움직이는 시장형 모델이고, 중국은 정부가 공교육 안에 AI 소양을 편입하는 국가 주도형 모델”이라고 했다. 이어 “AI 등장으로 인재 경쟁력과 교육 산업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김미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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