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 공방’에 파산 기로 선 홈플러스…‘10만 밥줄’ 벼랑 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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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원 조달 실패로 회생 폐지…MBK·메리츠 책임전가 급급최악 시나리오는 청산…남은 알짜 매장 없어 매각도 난항 전망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홈플러스가 결국 파산 절차의 기로에 섰다. 법원이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홈플러스는 청산이냐 극적 회생이냐를 가를 '운명의 2주'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최대주주와 최대 채권자 간 벼랑 끝 책임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파산이 현실화할 경우 10만 명에 달하는 관련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전경 ⓒ시사저널 최준필
결정문 놓고도 평행선 달린 MBK·메리츠
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최근 1년4개월간 진행해 온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을 통해 "수정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으로 최소 약 2000억원의 외부 자금 추가 조달이 필요함에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 계획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오는 17일(즉시항고 시한)까지 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불복(즉시항고)할 경우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절차를 재개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유일한 자금 조달 통로인 최대주주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은 결정문을 받아든 후에도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MBK 측은 결정문을 근거로 "메리츠가 2000억원의 대출을 집행할 경우 그중 절반인 1000억원에 대해 MBK와 김병주 회장이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다는 점이 분명히 적시됐다"며 메리츠가 금융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메리츠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김 회장은 아직 긴급운영자금(DIP)에 대해 실제로 보증을 선 바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메리츠는 이미 담보권 실행 유예와 1000억원 에스크로 예치 등 채권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며, 이제는 최대주주인 MBK와 김 회장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 보증 조건과 현금 투입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결국 기업회생절차 폐지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은 셈이다.
만약 오는 17일까지 2000억원 조달에 실패해 파산이 확정되면, 홈플러스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에게 배당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자산 정리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홈플러스 점포 62곳이 이미 메리츠에 '신탁 담보'로 제공돼 있기 때문이다. 신탁 담보는 일반 경매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담보권자가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어, 메리츠가 점포를 직접 매각해 1조3000억원의 대출 원리금을 우선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침체로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경쟁사들이 이 점포들을 인수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이미 MBK가 가좌·동대문·가야점 등 알짜 매장과 본사까지 매각(세일즈앤리스백)해 매력적인 매물이 남지 않았고, 이커머스와 식자재마트의 공세 속에 기존 대형마트도 구조조정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결국 남은 점포 부지는 주상복합, 오피스, 물류센터 등으로 용도를 변경해 매각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실제로 MBK가 2016년 매각한 동대문점 자리에는 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과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맞물려 청산 완료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문이 닫혀 있다. ⓒ연합뉴스
국회도 개입 채비…'약탈적 금융' 청문회 추진 예고
당장의 시급한 문제는 대규모 실직 대란 우려다. 홈플러스가 파산을 진행할 경우 직영 직원 1만2000명을 포함해 입점·물류·납품 등 연관 고용 규모만 10만 명에 달한다. 거래 협력사도 4600여 곳에 이른다. 이들 협력사의 연쇄 도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단 정부는 지난 3일 홈플러스 임금체불 피해 근로자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2100만원까지 체불 임금 대지급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홈플러스를 주요 거래처로 하는 중소 협력업체에는 44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기로 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MBK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마트산업노조는 법원의 절차 폐지를 '사형 선고'라며 "정부는 모든 긴급 조치를 통해 홈플러스 회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홈플러스 일반노동조합도 "MBK와 메리츠는 14일 내 2000억원을 즉시 투입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10만 명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도 일단 행동에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을 상대로 한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날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10년간 자산 매각 등으로 5조원이 넘는 현금을 회수한 MBK가 정작 회생 자금 지원과 김병주 회장 개인 보증에는 침묵했다"며 "고액 차입금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껍데기만 남기는 '약탈적 금융 기법'을 철저히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국회는 여야 간사 협의를 거쳐 청문회 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며,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여당 단독 개최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등 자본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본격적인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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