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팔자"더니…중동 위기가 바꾼 'LNG 캐나다'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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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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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키티맷산 LNG, 사업 15년만에 태평양 건너 인천기지 첫 입항한때 해외자원개발 실패론에 매각 압박도로키산맥 670㎞ 배관·태평양 공급망 구축 결실 한국가스공사가 참여한 LNG 캐나다 프로젝트 물량을 실은 LNG 운반선이 4일 인천 LNG기지에 접안해 하역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4일 인천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부두에 정박한 LNG 운반선 앞으로 붉은색 예인선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키티맷을 출발해 태평양을 건너온 LNG가 수도권 관문에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한때 정치권과 시민단체로부터 "팔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던 LNG 캐나다 사업. 해외자원개발 실패론이 거세던 시절에는 대표적인 매각 후보로 거론됐던 사업이 지금은 중동 전쟁과 공급망 위기 속에서 국가 에너지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에너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사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LNG 자체보다도 '시간'이었다. 가스공사가 처음 캐나다 서부 해안에 눈을 돌린 것은 2009년이다. 당시만 해도 캐나다에는 막대한 천연가스 자원이 매장돼 있었지만 LNG 수출 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 수출 터미널도, 배관망도, 항만 인프라도 없었다. 대부분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미국 셰일가스 혁명과 중동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가스공사는 오히려 그 빈 공간에서 가능성을 봤다. 2010년 쉘과 미쓰비시, 가스공사가 공동 타당성 조사 협약(JSA)을 체결했고, 2011년 LNG 캐나다 법인이 설립됐다. 이후 2014년에는 공동개발·공동운영 체제가 구축됐다. 지금은 자연스러워 보이는 공급망이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 공기업이 왜 캐나다 오지에 LNG 사업을 하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최연혜 한국공사사장이 4일 인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실제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상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캐나다 내륙 가스전을 태평양 연안까지 연결하려면 로키산맥을 가로질러야 했다. 길이만 670㎞에 달하는 대형 가스관을 놓아야 했고, 북미 서부에서도 손꼽히는 험지에 액화플랜트를 건설해야 했다. 최 사장은 당시 현장을 떠올리며 "캐나다 로키산맥을 670㎞ 가로지르는 배관을 따라 키티맷에 들어가면 한여름에도 만년설이 쌓여 있고 비행기가 산맥 가까이 날아간다"며 "국민들이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장대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사업이 진행되는 사이 혹한과 폭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마비가 연이어 덮쳤다. 공사가 첫 삽을 뜬 뒤 실제 생산까지 걸린 시간만 6년8개월이다. 사업 초기부터 따지면 15년이 넘는 시간이 투입됐다. 그 사이 국내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해외자원개발 사업들이 정치권 공방의 대상이 되면서 해외사업 전반이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공기업들은 자산 매각 압박을 받았고 가스공사의 해외사업도 예외가 아니었다. LNG 캐나다 역시 수차례 구조조정과 지분 조정 과정을 거쳤다. 가스공사 지분은 한때 20%에서 현재 5%까지 줄었다. 사업이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돈만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 사업의 가치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으로 전쟁 때문이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를 잃으며 에너지 위기를 겪었고 LNG 확보 경쟁이 벌어졌다. 이어 올해는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원유와 LNG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바로 그 시점에 LNG 캐나다 물량이 국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캐나다산 LNG는 중동산 LNG처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필요가 없다. 미국 걸프만 LNG처럼 파나마 운하를 거치지도 않는다. 캐나다 서부 해안에서 태평양을 건너 곧바로 한국으로 들어온다. 공급망이 단순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왼쪽 네번째)과 임직원들이 4일 인천 LNG기지에서 열린 'LNG 캐나다 카고 수도권 첫 입항 기념식'에서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가스공사에 따르면 해당 공급망은 기존 노선 대비 운송비를 20~50%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파나마 운하 통항 차질 같은 변수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최 사장은 "최근 지정학적 위기는 LNG 캐나다 사업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업의 진짜 의미는 단순히 LNG를 사오는 데 있지 않다.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서 필요할 때 비싼 가격에 사오는 것이 아니라 생산 단계부터 참여해 물량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최 사장이 이날 여러 차례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투자자"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그래서다. 실제 가스공사는 올해 말까지 LNG 캐나다 지분 물량 전량을 국내에 들여올 계획이다. 현재까지 총 5개 카고가 국내에 도입됐고 연말까지 추가 5개 카고가 들어온다. 중동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국내 LNG 수입에서 중동산 비중은 2022년 45% 수준에서 지난해 24%로 감소했다. 앞으로는 18% 이하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현물 구매 비중도 줄었다. 최 사장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는 국적선 LNG 운반선이 단 한 척도 갇혀 있지 않다"며 "그동안 추진해온 도입 전략 변화가 이번 위기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스공사는 이미 2단계 확장 사업도 추진 중이다. 기존과 동일한 연간 1400만t 규모 액화설비를 추가로 건설하는 사업이다. 1단계에서 구축한 배관과 항만, 부지 등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으며 올해 하반기 최종 투자결정(FID)을 앞두고 있다. 목표 생산 시점은 2031년이다. 최 사장은 "오늘 인천기지로 들어온 LNG 캐나다 물량은 지난 15년간 가스공사 임직원들의 땀과 헌신, 그리고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천연가스 자원의 자주개발률을 높여 국가 에너지 안보에 더욱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강나훔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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