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야 작전세력이야”…정책 발표 직전 수백건 단타 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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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율관세 부과로 시장 폭락 예상본인 계좌에서 수백건 단타 매매관세조치 전격 유예 발표 직전엔우량주 360만달러 어치 순매수트럼프 “다른 사람에게 운용 맡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대규모 보복 관세 조치를 유예하거나, 정부의 기업 지분 인수 등 주요 경제 정책을 발표하기 직전 개인 투자 계좌에서 관련 주식 거래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며 이해상충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주 정부 공직자윤리국(OGE)이 공개한 900페이지 분량의 재산공개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계좌에서 이뤄진 주식 거래가 총 2만 1000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연방 법률에 따른 기한 내 공시 의무를 위반해 트럼프 대통령이 뒤늦게 지연 과태료까지 납부한 기록이 명시된 이 서류엔 대통령 계좌에서 이뤄진 수상한 매매 기록이 담겼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른 것은 지난해 4월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해방의 날(Liberation day)’ 전후의 행적이다. 관세 충격으로 시장이 폭락한 직후인 4월 3일과 4일 이틀간 트럼프 대통령 계좌에서는 수백 개 종목에 대한 단타 매매가 이뤄졌다.
문제는 4월 8일의 거래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 계좌에서는 단 한 주도 매도하지 않은 채, 애플과 버크셔 해서웨이 등 대표 우량주 327개 종목에 대한 대규모 순매수가 이뤄졌다. 투입된 금액만 최소 360만 달러(약 55억 8000만원)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다음 날 아침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지금은 주식을 사기에 좋은 시기”라는 글을 올렸고, 당일 오후 대부분의 관세 조치를 전격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등했다.
WSJ은 일평균 거래 대금이 420만 달러(약 65억 원)에 달하는 트럼프 계좌의 특성상 이 같은 매매가 평시 거래와 흡사하지만, 주요 정책 결정 시기와 매번 맞물린다는 점에서 윤리 감시단체의 의심을 사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작년 8월 18일, 트럼프 계좌는 단 하루 만에 연중 최대 규모인 7500만 달러(약 1162억원)를 움직이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부도 위기에 몰렸던 반도체 기업 인텔 주식을 최소 25만 달러어치 매입했다. 불과 며칠 뒤 백악관은 미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명목으로 인텔 지분 10%를 정부가 직접 인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정부의 지분 인수 발표 이후 인텔 주가는 폭등하기 시작해 현재 상승률은 당시 대비 370%에 이른다.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은 희토류 채굴 기업 ‘MP 머터리얼즈’의 매매 패턴도 미묘하다. 트럼프 대통령 계좌는 지난해 5월부터 총 8차례에 걸쳐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희토류 시장은 중국이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투자 불가능한 영역’으로 외면받던 시기였다.
그러나 대선 직후인 지난해 7월, 트럼프 행정부가 자원 안보 강화를 명목으로MP 머티리얼즈의 지분 15%를 직접 인수하는 초대형 국책 계약을 체결하며 분위기는 단숨에 뒤바꼈다. 정부 발표 이후 주가는 수직 상승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종목을 전량 매도해 얻은 순수 시세 차익만 최대 100만 달러(약 15억 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도 백악관이 데이터센터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AI 행동 계획’을 발표한 당일에도 브로드컴, 아마존, 구글(알파벳) 등 테크 대장주를 각각 100만 달러 이상씩 무더기로 쓸어 담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자신의 투자 계좌를 둘러싸고 ‘내부자 거래’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엄청난 돈을 벌었다”면서도 “나는 자산 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완전히 맡기며, 그들과 투자와 관련해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 대부분은 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법적으로 관리하는 블라인드 신탁에 편입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연방 정부의 규모가 워낙 비대하기 때문에 내 자녀들이 이해충돌 문제에 직면하는 일이 잦다”며 “자녀들이 무엇을 하든 정부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능한 그런 상황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그들도 자신의 삶이 있기 때문에 모든 논란을 비껴갈 수는 없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단 와이스코프 타이달 파이낸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자산관리사들이 일반 고객을 위해 수행하는 거래보다 (트럼프 대통령 계좌) 거래는 훨씬 많은 수준으로 상식적이지 않다”며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코 자산 관리를 남에게 온전히 맡겨두는 성향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안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 일가는 단 한 번도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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