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도 쓰는 '알칸타라'…소재, 예술이 되다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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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디자인위크에서 본 알칸타라 가구, 의상, 예술작품까지 무한한 진화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6 카 디자자인 어워즈'에서 크리스 레프테리 알칸타라 디자인 앰배서더(왼쪽 두번째)가 발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정소람 기자
지난달 22일 이탈리아 밀라노 ADI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2026 카 디자인 어워즈, 참석자들의 시선이 독특한 질감의 의상을 걸친 마네킹들을 향했다.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의 내부에 주로 쓰이는 고급 소재 '알칸타라(Alcantara)'는 이날 패션 학도들의 손을 거쳐 아방가르드한 드레스와 재킷 등으로 재탄생했다. '자동차 디자인계의 오스카'라 불리는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알칸타라 소재는 완성차 브랜드 보다 더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유지니오 롤리(Eugenio Lolli) 알칸타라 CEO는 "우리는 단순히 자동차 내장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의류와 예술을 포함해 알칸타라의 영역을 무한하게 확장해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브랜드 그 자체가 된 '알칸타라'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알칸타라가 만드는 '알칸타라'는 스웨이드의 질감을 닮은 고급 소재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천연 스웨이드 보다 가볍고 방수, 구김 방지 등 기능을 갖췄다. 또 고급 가죽 보다 관리가 쉽고 통기성이 뛰어나 고급차의 시트 등 내부 소재로 다수 쓰였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BMW, 마세라티 등 럭셔리카 브랜드가 알칸타라를 주로 사용해 왔다.
밀라노 알칸타라 본사에서 살펴본 알칸타라의 디자인 샘플. 정소람 기자
실제 알칸타라 본사를 찾아 살펴 본 알칸타라 소재는 3D 프린팅, 레이저 컷팅과 자수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 다채로운 색감과 무늬, 질감을 자랑했다. 롤리 CEO는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통기성이 좋아 쾌적하며, 가죽보다 가벼워 스포츠카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된 소재"라며 "고객사가 원하는대로 맞춤 생산이 가능하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인테리어와 패션 등 분야로 적용처를 다양하게 확장 중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도 가구 전시장을 비롯한 다양한 공간에 알칸타라 제품을 전시해 관람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알칸타라 소재로 만든 대형 커튼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정소람 기자
입체감이 살아있는 알칸타라 소재의 벽면. 정소람 기자
밀라노의 가구·가전 전시관인 아키프로덕트 밀라노에선 관람객들이 알칸타라로 제작된 벽과 커튼을 연신 쓰다듬었다. 알칸타로 만든 벽은 멀리서 봐서는 매끄러운 느낌이지만, 정교한 요철이 눈으로 볼 때와는 다른 입체감을 자아냈다. 알칸타라 관계자는 "의류나 가구에 적용했을 때 고급미가 느껴지면서도, 다른 고급 소재에 비해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알칸타라에 따르면 회사 매출의 약 70%는 자동차 분야에서 나오지만, 패션과 인테리어·전자기기 분야의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샤오미, 아디다스 등도 이 회사 소재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알칸타라 소재를 적용한 붉은 소파가 전시돼 있다. 정소람 기자
이달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앞두고 갤러리 오션스페이스에서는 이 소재를 예술품으로 승화한 전시도 열렸다. 다양한 직물을 꼬아 만든 설치 작품과 특정 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함께 배치해 공동체의 의미를 은유하는 전시(Tide of Returns)를 마련했다.
베레나 멜가레조 베이넌드(Verena Melgarejo Weinandt) 작가는 검은색의 알칸타라 소재를 손으로 거칠게 꼬고 쌓아 올려 거대하게 땋은 머리카락처럼 만들었다. 전시가 열린 오션스페이스 관계자는 "작가는 내구성이 있으면서도 원하는대로 변주가 가능한 점에 착안해 알칸타라를 주 소재로 선택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베니스 오션스페이스에 알칸타라를 활용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정소람 기자
"AI 시대…감성적 소재 역할 커질 것"
알칸타라가 바라보는 미래는 인공지능(AI)과 인간의 감성적 조화에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디자인 앰배서더로 영입된 크리스 레프테리(Chris Lefteri)는 소재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했다. 그는 본사 간담회에서 "AI나 로보틱스 등 하이테크 환경이 될수록 인간은 차가운 기계와 대비되는 따뜻한 촉감을 갈망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그의 비전은 로봇이나 디지털 디바이스에 알칸타라를 적용해 '웜 터치(Warm Touch)'를 구현하는 것이다. 차가운 기술에 소재의 온기를 입혀 인간과 기술 사이의 심리적 괴리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스페이스X의 우주선이나 소형 로보틱스 분야에서 알칸타라를 적용한 프로토타입이 개발 중이며, 빛을 투명하게 통과시키는 반투명 소재 등 IT 기기에 최적화된 기술 혁신도 거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롤리 CEO(왼쪽)와 레프테리 디자인 앰배서더(오른쪽)가 기자 간담회에서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정소람 기자
현재 아시아 시장은 알칸테라 전체 매출의 20%를 넘어설 정도로 중요한 마켓으로 부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롤리 CEO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마켓"이라며 "현지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라노=정소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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