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투기꾼 배불리는 바닷길 기싸움 며칠까지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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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196>이란, “전면 개방” 하루 만에 호르무즈 폐쇄미국 해상 봉쇄에 불만...군부 강경파 반발21일 기한 앞두고 내분...20일 파키스탄 회담해협 개방 직전, 원유 선물은 또 1조원 매도의심 거래 잇따라...금주 워시 청문회도 주목
파키스탄의 실세로 평가받는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군 총사령관. 무니르 총사령관은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과 이란 간 첫 종전 회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첫 회담이 결렬된 뒤에도 그는 15일 테헤란을 방문해 아라그치 장관, 이란 군부 등과 만나 미국 측의 제안을 전달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이 쌍방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중동 전쟁 합의가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주말쯤에는 종전 합의가 도출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도 한순간 공수표가 된 분위기다. 이를 믿고 고공행진을 펼친 증시와 급락한 국제 유가도 이번주부터 다시 불안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생겼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폭탄 발언 직전 원유 선물에 대규모 금액을 베팅하는 세력이 잇따라 큰돈을 버는 정황도 눈길을 끈다.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막대한 이득을 취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의심이 번지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백악관의 변덕까지 함께 입방아에 오르는 형국이다. 결국 이번주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합의 시한인 21일(현지 시간)이 금융시장의 최대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같은 날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방 상원 인사청문회가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킬 사안이다.
이란군, “전면 개방” 하루 만에 호르무즈 폐쇄...미국 해상 봉쇄에 불만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는 선박. 로이터연합뉴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18일(현지 시간) 자체 선전 매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 이날 저녁부터 폐쇄됐다고 밝혔다. 이슬람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모든 접근 시도는 적에 대한 협력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해당 선박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명분으로 든 이유는 미국이 이란 선박과 항구에 대한 봉쇄를 해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8일 양국이 합의한 2주간의 휴전안을 위반한 조치라는 게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주장이었다.
IRGC 해군은 선박과 소유주들에게 자신들의 공식 발표를 따를 것을 요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은 아무런 신뢰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도 이날 미국의 대(對)이란 봉쇄를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을 군부가 다시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인 17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발표를 계기로 X(옛 트위터)에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쓴 글과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호르무즈 해협이 일시적으로 열린 동안 이곳을 통과한 유조선은 12척가량이었다.
실제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같은 날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연계된 고속공격정이 오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 한 척을 공격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영국해사무역기구는 또 오만 북동부 25해리(약 46㎞) 해상에서 컨테이너선 한 척이 불상의 발사체에 공격당했다는 신고도 접수했다. 이들은 인도로 가려던 선박으로 알려졌다. 전날 아라그치 장관의 말만 믿고 움직였다가 날벼락을 당한 셈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에 따르면 미군은 며칠 안으로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공해상에서 이란과 연계된 선박을 나포할 준비까지 하고 있다. 댄 케인 합동참모의장도 지난 16일 국방부(전쟁부) 브리핑에서 이 같은 계획을 이미 언급했다.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역시 15일 ‘경제적 분노 작전’의 일환으로 이란의 석유 해외 판매를 주도하는 개인과 기업, 선박들에 대한 제재를 단행했다. 이란 원유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까지 함께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군부 강경파 반발’ 이란 내 내분 시사...20일 파키스탄서 2차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이란이 하루 사이로 말을 바꾼 데 대해서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발언권을 극대화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또 대미 협상단과 군부 강경파 사이에 내부 분열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이란 파르스통신도 18일 “외무부 장관의 예상치 못한 게시글과 뒤이은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한 허세가 동시에 터져 나와 이란 사회는 혼란의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고 비난했다. 메흐르통신도 “외무부 장관의 글 이후 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과시하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언론 간 접촉이 급격히 늘어났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 설명이 빠진 외무부 장관의 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승리자’로 자처하며 승전고를 울릴 수 있는 최적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협상이 외무부 단독으로 추진되지 않는다는 게 명백한 만큼 팀 전체가 내린 결정을 통일된 방식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같은 날 ‘이란군의 날’을 맞아 강경한 메시지를 던졌다. 모즈타바 최고지도자는 성명에서 “이란의 드론이 미국과 시온의 범죄자(이스라엘)들을 향해 번개처럼 타격을 가하듯, 용맹한 해군 역시 적들에게 새로운 쓰라린 패배를 안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해군’을 콕 집어 언급하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의지를 우회적으로 암시했다.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의 외무차관 격인 후세인 알에지는 19일 X에 “사나(예멘 반군이 참칭하는 정부)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봉쇄하기로 결정한다면 어느 세력도 그곳을 다시는 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전 세계 해상 무역량의 약 10%가 통과하는 홍해의 입구로 수에즈 운하와 통하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물론 이란이 그렇다고 미국과의 협상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위원회(SNSC)는 18일 사무총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적이 과도한 요구를 철회하고 전장의 현실에 맞는 요구를 제시할 경우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며 “최근 중재자로 테헤란을 방문한 파키스탄 군사령관이 미국의 새로운 제안을 제시했고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의 실세로 평가받는 아심 무니르 총사령관은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그는 15일 이란을 방문해 아라그치 장관, 이란 군부 등과 만났다. 이란 협상단의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자국 국영방송 연설에서 “협상에서 진전은 있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견이 존재하고 몇 가지 근본적인 쟁점들이 남아 있다”며 “우리는 최종 합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소개했다.
이란군의 반발에 17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루나 이틀 안에 합의(get a deal)할 것”이라고 자신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이튿날에는 이를 단언하는 발언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력 서명식에서 “이란은 지난 47년간 한 것처럼 좀 교묘하게 굴고 있다”면서도 “협상은 꽤 잘 풀리고 있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상황실 회의를 소집했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회의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케인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나의 대표단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가고 있다”면서 “그들은 협상을 위해 20일 저녁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아주 공정하고 합리적인 제안을 했고 그들이 받아들이기를 바란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이란의 모든 발전소와 다리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해협 개방 발표 20분 전, 누군가 또 원유 선물 1조원 매도...협상 기간 의심 거래 잇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크렘린궁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웃으며 박수를 치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12일 러시아산 원유의 판매를 30일간 승인했다. 이후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이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지난 18일 이 기간을 5월 16일까지 한 달 더 늘렸다. EPA연합뉴스
종전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금융시장에서는 의심스러운 거래도 또 나타났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이날 오후 12시 24분부터 1분간 브렌트유 선물 7990계약을 매도했다. 계약 규모는 당시 가격 기준으로 약 7억 6000만 달러(약 1조 1150억 원)에 달했다. 공교롭게도 이 거래가 이뤄진 지 약 20분 뒤 아라그치 장관이 X에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 소식을 알렸다. 발표 직후 국제 유가가 10% 이상 빠지는 바람에 선물을 미리 매도한 사람들은 손실을 피하거나 큰 수익을 얻게 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과정에서 원유 선물과 관련한 의문스러운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지난달 23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습 연기 입장을 트루스소셜에 올리기 15분 전 5억 달러(약 7400억 원) 규모의 원유 선물을 매도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 발표 이후 유가는 15% 가까이 급락했다. 이달 7일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을 발표하기 직전 9억 5000만 달러(약 1조 4000억 원)의 원유 선물을 팔아치웠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비슷한 일이 너무 자주 반복되는 셈이다.
불공정 거래 의혹이 제기되자 백악관은 지난달 24일 직원들에게 직위를 활용해 미래 예측 베팅 시장에서 돈을 걸지 말라고 경고하는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지난달 23일과 이달 7일 원유 선물 거래 의혹과 관련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 자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원유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흐름을 보이자 미국 재무부는 18일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 제품에 대한 제재 면제 기간을 5월 16일까지 한 달 더 연장했다. 재무부는 지난달 12일 러시아산 원유의 판매를 30일간 승인한 바 있다. 이후 베선트 장관은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은 17일 런던 IMO 본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이 설치한 기뢰 제거 문제를 들며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개방되더라도 항행 정상화까지는 몇 주~몇 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21일 케빈 워시 청문회 주목...테슬라·유나이티드항공·인텔·블랙스톤 등 줄줄이 실적 발표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 후보자. 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 휴전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번주 뉴욕 증시에 이에 맞춰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종전 기대로 주가와 유가가 모두 크게 회복한 상태라는 점에서 당장 20일 장부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는 종전 기대와 상장회사 호실적에 힘입어 15~17일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나스닥지수는 17일 부로 무려 1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며 1992년 1월 9일 이후 34년 만에 최장 기록을 세우기까지 했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17일 호르무즈 해협 전면 개방 소식에 9.1%나 하락하며 배럴당 90.38달러로 내려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같은 날 11.5% 내려 배럴당 83.85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이란 전쟁 초기인 지난달 10일 이후 5주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번주에는 이란 전쟁 외에 21일 워시 후보자에 대한 연방 상원 인사청문회도 주목할 사안으로 꼽힌다. 특히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공화당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독립성 침해 시도에 강하게 반발하며 워시 후보자의 인준 가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틸리스 의원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가 끝날 때까진 워시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겠다는 입장이다. 현 상원 은행위는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 등 총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청문회 이후 인준안이 마련되려면 24명 가운데 과반이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 11명이 전원 반대한다는 가정 아래 공화당에서 1명만 돌아서도 절차는 중단된다. 인준 표결이 미뤄지면 연준법에 따라 다음달 15일 의장직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이 임시 의장으로 연준을 더 이끌 수도 있다.
22일 테슬라의 실적 발표는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인 스페이스X의 상장과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이 어떤 상장 복안을 내놓느냐에 따라 전체 기술주의 주가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21일 유나이티드항공의 실적은 최근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항공 업계의 실정을 가늠할 지표다. CNBC 등에 따르면 유나이티드항공의 스콧 커비 CEO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아메리칸항공과 합병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내 2·3위 항공사인 이들이 합칠 경우 항공기 2800대 이상, 북미 시장 점유율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공룡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물론 독점 금지 문제를 뛰어넘는다는 전제 아래의 얘기다. 23일에는 미국 반도체 부활에 시동을 거는 인텔, 이란 전쟁 특수를 누리는 록히드마틴, 사모대출 환매 요구 행렬에 우려를 받는 블랙스톤 등이 줄줄이 실적을 공표한다.
상술했듯 그간 뉴욕 증시가 가파르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이번주에는 각종 변수에 따라 주가가 다소 흔들릴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휴전 기한 이후 지정학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따라 뉴욕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 수 있다. 이에 더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기 세력까지 시장에 끼어들 경우 그 충격은 더 깊어질 수 있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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