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노예에도 관세 매기는 美, 15%로 끝나길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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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235>미국,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다음달께 발표韓, 이미 ‘강제노동 국가’ 분류...관세 12.5%‘과잉생산’ 추가되면 총 세율 15% 넘을 수도中 ‘반발’, 日 ‘불안’...EU도 7월 철강 관세 인상李정부 좌경화 논란까지...세계 또 혼란 가능성
올 1월 1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미국 의회에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만나 악수를 하는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하원의원. 아이사 의원은 여 본부장을 만난 직후인 12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미국 기술기업들에 대한 부당한 표적화와 쿠팡에 대한 이재명 정부의 불공정한 대우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적대 행위에는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사 의원은 이달 3일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도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에게 “한국의 민주주의가 강하게 좌측으로 기울었고 중국에 더 많은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실제 메타, 쿠팡 등 우리 기업들 다수를 억압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사진 제공=산업통상부
한국과 전 세계 수십 개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발표와 새 관세 적용이 다음달로 다가오면서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한국 등 각국은 미국과 기존에 합의한 15% 아래에서 새 관세를 방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불확실성은 남았다는 평가다. 미국이 ‘과잉 생산’과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 수입’이라는 추가 관세 부과 요건을 내세운 탓에 한국의 관세율도 12.5% 이상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특히 미국은 염전 노예 문제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논란까지 무역 쟁점으로 지목하면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USTR 그리어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 몇 주 안에 발표...상당한 관세 필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일(현지 시간) CNBC에서 한국을 포함해 수십 개국을 상대로 진행하는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몇 주 안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어 대표는 “70개가 넘는 나라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조사하고 있다”며 “구조적 과잉생산 역량이나 강제 노동 같은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발견하면 관세 등 이를 바로잡기 위한 우리의 제안들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국제적으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계속됐다”며 “우리에겐 무역적자도 엄청나고 오프쇼어링(자국 사업장의 해외 이전)도 많아 상당한 관세가 매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USTR은 올 3월 11일부터 중국,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싱가포르, 스위스,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대만, 방글라데시, 멕시코, 인도 등 16개 경제 주체를 상대로 ‘미국에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동’이 없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하자 이를 대체할 수익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무역법 301조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 행동 등에 맞서 행정부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준다. USTR은 약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과 관련된 별도 301조 조사도 3월 12일 개시했다.
미국 행정부는 또 품목 관세인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 수입 제한 등 조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가 모두 이 조항에 근거한다.
무역법 301조 근거 관세는 다음달 부과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그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2월 24일부터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10%의 글로벌 관세를 전 세계에 부과했다.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국제수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쿼터를 설정하는 것을 허용한다. 무역법 122조에 근거한 관세는 15%를 넘어서는 안 되며 의회가 연장하지 않는 한 150일 동안만 유지된다. 미국 연방국제통상법원(CIT) 재판부는 지난달 7일 이 글로벌 관세도 무효라고 판결했으나, 항소 법원은 이 판결을 정지시켰다.
‘강제 노동 국가’ 한국, 관세율 이미 12.5%...美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무역법 301조와 관련된 USTR의 움직임은 최근 들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USTR은 1일 무역법 301조에 따라 브라질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관세를 매길 경우 미국의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거나 핵심 기술 개발을 저해할 수 있는 쇠고기와 커피, 희토류 등 일부 품목만 부과 대상에서 빠졌다.
그리어 대표는 이달 발간된 국제통화기금(IMF)의 금융·개발 정책 매거진 기고문에서 “미국은 균형과 상호성, 공정성, 회복탄력성을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 체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가져온 긍정적인 효과를 목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부적으로는 지난해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 적자가 2024년 대비 32% 감소한 점, 상호관세 시행 이후 상품 무역 적자 규모가 매월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점을 들었다.
그리어 대표는 나아가 “현대 경제학은 규모의 경제와 정부 개입이 결합해 비교 우위와는 동떨어진 구조적 무역 불균형을 만들어내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며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농지를 가진 미국이 농업 분야에서 무역 적자를 기록할 수 있고, 석탄이나 철광석도 없는 한국이 철강 강국이 될 수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한국이 철강 강국이 된 것 자체가 정부 개입 등으로 경제를 왜곡시킨 결과라는 주장이었다.
USTR은 같은 날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거래를 막지 못한 60개 경제권에서 들어온 수입품에 10%나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도 발표했다. 한국은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에 대한 수입 금지 조치의 도입과 효과적 집행에 모두 실패한 54개 경제권 그룹에 포함되면서 12.5% 관세 부과 대상이 됐다. 10%가 아니라 12.5%를 부과받는 그룹에는 한국을 비롯해 호주, 브라질, 중국, 일본, 러시아, 영국, 베트남 등이 들어갔다. 캐나다, 에콰도르, EU, 인도네시아, 멕시코, 파키스탄 등 6개 경제권만 10% 관세를 적용받는다.
앞서 USTR은 3월 31일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를 내고 한국의 염전 강제 노동과 불법 어업을 통상 문제와 연결한 바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지난해 강제 노동 문제를 거론하며 태평염전 천일염에 대해 수입보류 명령을 내린 사례도 보고서에 적시했다. USTR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역시 비시장 정책으로 분류했다. USTR은 다음달 7일 청문회 등을 거쳐 강제 노동 관련 조치 시행을 확정할 예정이다. 그리어 대표는 성명에서 “우리의 중요한 무역 협력국들이 강제 노동으로 만든 제품의 수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미국 노동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불공정한 운동장에서 경쟁하게 만드는 것으로 더 이상은 이런 불균형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잉 생산’ 추가 관세 받을 경우 총 세율 15% 넘을 수도...中·日·EU도 ‘불안’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6일(현지 시간) 새 관세와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협의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 인근 덜레스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국과 협상을 통해 총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춘 바 있다.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무력화한 이후로는 다른 나라들처럼 임시로 10%의 글로벌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만약 12.5%로 새 세율이 정해질 경우 이전 무역 합의를 통해 깎은 상호관세율보다는 낮아진다.
문제는 미국이 추가 관세를 위한 과잉 생산 관련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여기서 2.5% 이상의 관세를 더 적용받을 경우, 최종 관세율은 기존 상호관세 수준을 추월하게 된다.
이에 한국 정부도 무역법 301조를 통해 도입하려는 총 추가 관세가 15%가 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취재진과 만나 “15%를 다시 복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 범위 안에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처럼 15% 관세로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3일 X(옛 트위터)를 통해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온라인으로 회담을 가졌다며 미국이 기존 합의 수준을 초과하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 대해 지난해 합의 이상의 추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 측에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추가 관세에 강력히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에는 이른바 강제 노동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구실로 정치적 조작을 하는 것에도 반대한다”며 “중국은 어느 한쪽에도 이익이 되지 않는 모든 형태의 일방적 관세 조치에도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일본 등이 15% 관세를 전제로 한 지난해 무역 합의를 존중해달라고 거듭 요청하자 미국도 그나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어 대표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합의는 합의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EU, 일본 등과 체결한 무역 합의상 관세 상한선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U와 일본은 지난해 각각 6000억 달러,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율을 나란히 15%로 낮췄다. EU는 현 무역법 301조 조사에서도 한국, 일본과 달리 10%의 관세율 대상으로 분류돼 조금 더 여유 있는 입장이다.
EU는 그들 스스로도 다음달 1일부터 관세를 물리지 않는 철강 제품 수입 물량을 기존의 연간 3500만 톤에서 1830만 톤으로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수입 물량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현 25%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새 관세 적용을 앞두고 국가별 무관세 물량을 최종 확정하기로 한 만큼, 한국은 유럽을 대상으로도 치열하게 협상을 벌이는 상태다.
쿠팡 논란에 이재명 정부 친중·좌경화 지적까지...민주당 정권 주한대사들 “반미 동의 못 해”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이 새 관세율을 15% 이하로 사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친중(親中)·좌경화됐다는 논란까지 불거졌다. 3일 미국 연방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럴 아이사(공화·캘리포니아) 의원은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에게 “한국의 민주주의가 강하게 좌측으로 기울었고 중국에 더 많은 길을 열어주고 있다”며 “실제 메타, 쿠팡 등 우리 기업들 다수를 억압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아이사 의원은 나아가 최근 한국 정부가 좌편향되고 있다는 취지의 미국 보수 인사들 주장을 담은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을 회의 기록에 남겨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일본의 경우처럼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때때로 미국의 국익에 더 우호적인 지도자를 선출하기도, 다른 관점을 가진 지도자를 선출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어 “이는 민주주의 국가들을 상대할 때 특이 사항”이라며 “우리의 지역(서반구)에서도 이를 자주 목격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선거를 치르는 남미에서도 좌파 성향의 반미(反美) 정권이 빈번하게 들어서는 점을 예로 든 것이다. 루비오 장관은 쿠바계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루비오 장관은 그러면서 “합법적인 선거로 선출된 사람이라면 우리는 국민의 주권적 선택을 존중한다”며 “민주주의에서 선출된 지도자들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입장을 취하더라도 민주적 정부이기에 우리가 그 정부를 전복하거나 제거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한국의 쿠팡 차별 논란과 관련해 “우리 기업들은 한국에서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다”라며 “EU는 우리 기술기업들을 표적으로 삼아 불공정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한 “이는 한국과 전략적으로 일치하는 것들이 있음에도 우리가 관여하게 되는 요인”이라며 “솔직히 말해 미국 기업들에 대한 한국의 일부 태도가 무역 합의를 타결하는 데에도 영향을 줬다”고 짚었다. 루비오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쿠팡에 대한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직 주한미국대사들은 이튿날인 4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세미나에서 아이사 의원과 루비오 장관의 해당 발언들을 반박했다. 2022~2025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는 “한국의 진보 성향 정부들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국제정책에 대해 반사적으로 친미적 태도를 덜 보이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이 대통령이 무슨 급진 공산주의자 같은 사람이라는 식의 얘기는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나는 이 대통령을 만나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인상을 받지 못했다”며 “이 대통령은 뛰어난 정치인이고 이는 3일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역설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재임한 캐서린 스티븐스 전 대사도 “한국 여론조사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은 반미주의와 특정 정책에 대한 반대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음달 새 관세를 확정하면 전 세계적인 혼란이 다시 한번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합의 틀 안에서 관세율을 선방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 희비가 엇갈릴 수 있는 까닭이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얻어낼 수 있는 나라를 관세율로 압박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 경우 지난해 상호관세와 마찬가지로 주요 국가가 협상과 재협상을 되풀이하며 세계 경제 불확실성도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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