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美 대기업 CEO 보수 266억원… ‘직원 200년치 임금’ 격차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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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337곳 CEO 보수 중간값 기준 테슬라 머스크 1323억달러로 1위 직원 중간연봉 1억3500만원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평범한 직장인 사이 임금 격차가 또 한번 벌어졌다.
27일(현지시각) AP는 임원 보수 데이터 분석업체 에퀼라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 337곳 CEO 보수 중간값은 1770만달러(약 266억원)로 집계됐다. 2024년보다 5.9% 늘었다. 반면 같은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 연봉 중간값은 8만9744달러(약 1억3500만원)로 4.7% 오르는 데 그쳤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연합뉴스
증가율 차이는 1%포인트가 조금 넘지만, 절대 금액 차이는 훨씬 크다. 조사에 포함된 337개 기업 가운데 절반 정도에서 중간급 직원들은 CEO 1년치 보수를 벌려면 200년을 일해야 했다. 2024년 192년에서 8년 더 늘어난 기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8년부터 상장사에 의무적으로 CEO-직원 임금 비율을 공시하도록 했는데, 이 비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격차는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큰 소비재·유통 기업에서 특히 가파르게 나타났다. 글로벌 음료 기업 코카콜라 CEO 보수는 직원 중간임금 1만7947달러 대비 1739배에 달했다. 창고형 할인 유통 체인 TJ 맥스는 1774배로 더 컸다. 이처럼 매장·물류 인력이 직원 다수를 이루는 업종에서 보수 격차가 유독 튀었다.
진보 성향 싱크탱크 정책연구소(IPS) 글로벌 경제 프로젝트 책임자 세라 앤더슨은 AP에 “노동자 가족이 치솟는 생활비로 고통받는 시기에 CEO 보수가 계속 치솟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터무니없다(obscene)”라고 평했다.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CEO와 직원 임금 격차가 큰 기업에 추가 세금을 물리는 주민발의 캠페인이 진행 중이라고 IPS는 전했다.
미 노동부 집계를 보면 2025년 미국 민간부문 노동자 임금과 복리후생은 평균 3.4% 올랐다. 미국 노동자 평균 연봉은 6만7000달러(약 1억100만원)였다. 의료보험 등 복리후생 같은 혜택까지 포함하면 9만6000달러(약 1억4400만원)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S&P500 직원 임금 상승률 4.7%가 인플레이션을 근소하게 웃돌긴 했지만, 누적된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
미국 상장사에서 CEO 보수는 직원 임금과 산정 방식이 기본부터 다르다. 미국 상장사가 공시하는 CEO 보수는 기본급, 현금 보너스, 특전뿐 아니라 기업이 해당 회계연도에 CEO에게 부여한 주식 보상, 스톡옵션, 성과 주식의 회계상 공정가치를 전부 합산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CEO들이 받는 기본급만 따지면 중간값은 130만달러 수준이었다. 반면 주식 보상 중간값은 기본급 대비 8배 이상 많은 1090만달러에 달했다. CEO 보수 무게 중심이 월급 대신 주식에 실려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사회는 CEO에게 경영 책임과 주주가치 제고 책임을 집중시키고, 목표를 달성하면 수천만달러에서 수억달러에 달하는 주식 보상을 부여한다. 성과에 대한 과실을 직원 집단에 넓게 나누기보다, 최고경영자에게 크게 몰아주는 구조다.
올해 집계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2025년 회계상 가치 기준 1323억달러(약 198조원)를 보수로 받아 조사 대상 가운데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 금액은 현금 수령액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에 걸쳐 테슬라 시가총액과 전기차 판매, 로보택시 네트워크,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목표 등을 단계별로 달성해야만 단계적으로 머스크에게 귀속되는 조건부 주식 보상 패키지 평가액이다. 머스크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 시기 주식은 머스크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같은 방식으로 미국 최대 헬스케어 부동산투자신탁(REIT) 웰타워 CEO 샹크 미트라는 8억2110만달러(약 1조2300억원) 규모 보상을 받았다. 10년 재직 요건을 채워야 권리가 생기는 조건부 보상이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CEO 데이비드 재슬라브는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와 매각 협상을 이끈 점이 반영돼 1억6500만달러(약 2475억원)를 받았다.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CEO 혹 탄은 2억530만달러(약 3080억원) 규모 장기 보상 패키지를 받았다. 인공지능(AI) 관련 매출 확대가 성과 측정 잣대에 포함됐다.
월가 대형 은행 수장들도 고액 보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골드만삭스 데이비드 솔로몬이 1억1900만달러, 씨티그룹 제인 프레이저가 9580만달러, 웰스파고 찰스 샤프가 9450만달러를 받았다. 솔로몬은 주가 상승과 주당순이익(EPS) 개선, 프레이저는 씨티그룹 회장 선임과 조직 개편, 샤프는 웰스파고를 가짜 계좌 스캔들에 따른 당국 장기 감독에서 벗어나게 만든 점이 보상 명분으로 제시됐다. 프레이저는 조사에 포함된 여성 CEO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인물로 기록됐다.
예외도 있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38만9488달러(약 5억 8800만원)를 수령하는 데 그쳤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보수 상당 부분을 본인 경호 비용으로 채웠다.
미국 기관 투자자들은 통상 주주총회 보수 승인 투표에서 90% 안팎 찬성표를 던진다. 그러나 최근 미국 내 일부 정치권과 노동계에서는 CEO 보수가 경영진 역량보다 거시 경제 사이클과 AI 붐을 타고 부풀려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AP는 명목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을 근소하게 웃돌았음에도 누적된 물가 충격 탓에 평범한 노동자들은 신용카드 부채를 끌어다 생활비를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상위 1% 경영진 주식 잔치와 서민 가계 압박이 동시에 벌어지는 구조에서 공시 규제와 추가 과세를 요구하는 정치권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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