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AI 특수가 만든 'TSMC 공화국'…대만 경제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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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질주에 대만 증시·수출·GDP도 '호황' 전통산업·서민경제 소외…커지는 네덜란드병양극화 심화…'거지슈퍼맨' 전락한 서민들
대만 신주에 위치한 TSMC 전경. [사진=EPA연합뉴스]
전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대만 경제를 전례 없는 호황으로 이끌고 있다. AI 반도체 생산의 핵심 기지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를 중심으로 증시와 수출, 경제 성장률이 동반 상승하며 대만은 글로벌 AI 열풍의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에 집중된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산업 간,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지난 5월 26일, TSMC 주가 질주 덕분에 대만 증시는 최근 인도를 제치고 미국, 중국 본토, 일본, 홍콩에 이어 세계 5위 규모 주식시장으로 올라섰다. TSMC 시가총액이 대만 전체 증시 시총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데다 상장사의 70% 이상이 반도체 관련 기업인 덕분이다. 대만 증시는 올해 들어서만 약 50% 가까이 상승했다.
대만 가권지수내 10대 대형주 차지 비중
실물경제 지표도 눈부시다. 대만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로 13.69%를 기록했고,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한국을 추월했다. 대만 통계 당국은 지난 2월 중순 제시한 올해 GDP 증가율 전망치 7.71%를 1.93%포인트(P) 올린 9.64%로 상향 조정했다. 1인당 GDP 전망치도 종전 4만4000달러에서 4만5610달러(약 7113만원)로, 수출 전망치도 연간 39.77% 성장률을 기록한 약 9000억 달러로 50년 만의 최고치 경신이 예상된다.
그러나 화려한 숫자 이면에는 반도체 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심각한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이 집계한 ‘1000대 중화권 기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 증시 상장사 1800여곳의 직원 평균 임금 인상률은 5.64%에 그쳤다. 같은 기간 GDP 성장률(8.63%)을 크게 밑돈다. 반도체, 전자부품, 자동차 부품 업종만 평균 수준을 웃돌았을 뿐, 나머지 전통산업에서는 사실상 정체 또는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대만 증시도 실질적으로는 소수의 AI·반도체 대형주가 이끌고 있다. 대만 가권지수가 'TSMC 지수'라 불리는 이유다. TSMC 주가의 등락에 증시 전체가 웃고 운다는 이야기다. 최근 TSMC 주가 고공행진으로 강세장이 이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상당수 중소형주와 전통산업 관련 종목은 수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만증시 시총 상위 10대 기업
대만 사회에서는 오늘날 경제가 '네덜란드병'에 빠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네덜란드병은 특정 산업의 급성장이 오히려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 전반의 장기적인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현상을 뜻한다.
AI 반도체 호황이 대만 경제를 전형적인 'K자형 성장' 구조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산업과 자산시장은 급팽창하는 반면, 전통 산업과 서민 경제는 상대적으로 침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빈부 격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만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 간 자산 격차는 30년 전 16.8배에서 현재 66.9배로 벌어졌다. 부의 증가가 소수 특정 계층에 빠르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 금융감독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순자산 1억 대만달러(약 48억원) 이상인 고액자산가는 2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1년 전보다 7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들이 굴리는 자산 규모도 2조4000억 대만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일반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 치솟는 집값, 그리고 양안 긴장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점점 더 많은 직장인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최근 대만에서 유행하는 ‘거지슈퍼맨(乞丐超人, 치가이차오)’이라는 신조어가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한다. 편의점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 판매하는 상품만 찾아 사재기하는 소비 행태를 풍자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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