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번 돈, 왜 교육청으로 가나…20.79% 공식 손볼 때[교육교부금 개편 골든타임]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교육교부금 내국세 20.79% 자동배분 구조재정당국 “AI·반도체 투자 재원 확보 필요”대통령실 “미래 대응에 과감 투자”
올해 첫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된 24일 부산 북구 금곡고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는 늘어난 내국세의 20.79%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분하도록 설계돼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법인세 등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 부분이 교육교부금으로 먼저 배분되는 구조다. 재정당국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미래 성장동력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를 본격화하는 이유다.
6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하며, 보통교부금(97%)과 특별교부금(3%)으로 나뉘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배분된다. 보통교부금은 교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 경상적 교육재정에, 특별교부금은 재난·재해와 국가시책사업 등 예외적 재정 수요에 사용된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최근 반도체 경기 회복이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업황이 개선되면서 법인세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NABO)도 올해 법인세 수입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늘어난 세수의 상당 부분이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분된다. 예를 들어 내국세가 10조원 증가하면 교육교부금도 약 2조790억원 늘어난다.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세수 증가분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이나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등 첨단산업 투자보다 교육재정으로 먼저 배분되는 셈이다.
정부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첨단전략산업 지원, 연구개발(R&D), 저출생 대응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대규모 재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당국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이 같은 국가 전략사업에 우선 투입할 수 있도록 교육교부금 배분 체계를 유연하게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대통령실도 공유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반도체 호황 등으로 발생한 추가 세수를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며 미래 대응 기금 신설 추진 방침을 밝혔다. 추가 세수로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비롯한 미래 성장동력 창출과 청년 지원 등에 과감히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재정 증가가 엇갈리는 점도 개편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교육부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 수는 2016년 596만명에서 올해 492만2000명으로 104만명(17.4%) 감소했다. 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같은 기간 43조1615억원에서 76조4381억원으로 33조2766억원(76.7%) 증가했다. 학생 수가 줄어도 세수 증가에 따라 교육교부금이 자동 확대되는 현행 구조를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을 포함한 지방이전재원이 2025년 139조7000억원에서 2029년 172조4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5.4%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3.7%)을 웃돌고, 총지출 대비 의무지출 비중도 같은 기간 53.5%에서 56.1%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책 우선순위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재량지출 여력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재정당국은 교육교부금 총액을 줄이기보다 학령인구 감소와 교육 수요를 반영해 산정 방식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학령인구를 배분 기준에 반영하거나 표준교육비를 활용하는 방안, 교부금 활용 범위를 일부 확대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반면 교육계는 늘봄학교 확대와 AI·디지털 교육, 특수교육, 교육복지 강화 등 새로운 교육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만큼 안정적인 교육재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는 이번 주 공개 토론으로 이어진다. 두 부처는 오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주제로 공개 토론회를 열고 법정교부율 조정과 교부금 활용 범위 확대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번 토론회는 이달 중순 예정된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앞두고 교육교부금 개편 방향을 가늠할 첫 공개 논의가 될 전망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AI 투자와 연구개발(R&D),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은 대부분 재량지출에 포함된다”며 “의무지출이 계속 늘어나면 결국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교육교부금은 초·중등교육 중심으로 설계돼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AI 직업교육 등 인적자본 투자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정 운용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