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서민 도왔나? 성과 분석 없이 '20번 연장'한 맹목적 정책
작성자 정보
- 김프로 작성
- 작성일
본문
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누굴 위한 유류세 인하 조치인가유류세 인하분 찔끔 반영한 시장정부는 ‘철저한 시장점검’ 강조시장 통제할 법적 수단은 없고5년차 연장에 상시 정책됐는데文·尹·李 모두 성과분석은 외면국민이 혜택 봤는지 따져 봐야
# 2021년 11월 시작된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가 4년 반을 지나도록 유지 중이다. 문재인 정부→윤석열 정부→이재명 정부까지 총 20번(올해 7월말 종료 기준) 연장했다. 역대 정부는 '강력한 시장 감시'를 강조했다. 조세감면 정책이니 당연하다.
# 하지만 정부의 감시는 한계가 분명했고, 사실상 상시화한 정책인데도 제대로 된 성과분석 한번 없었다. 문제는 이재명 정부도 손을 놓고 있다는 거다. 유류세 인하 조치, 이대로 괜찮을까.
역대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성과를 제대로 분석한 적 없다.[사진|뉴시스]
유류세율(이하 유류세) 인하 조치가 벌써 5년차에 접어들었다. 현재의 유류세 인하 조치는 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국민의 유류비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후 연장을 결정한 윤석열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취지도 같았다. 공교롭게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2024년 중동 정세 불안(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이스라엘-이란 확전), 2026년 미국-이란 전쟁 등이 이어진 탓이 컸다. 한시적으로 시작한 유류세 인하 조치가 상시 정책이 된 셈이다. 국제 석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유류세 인하 조치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쯤에서 생각해볼 게 있다. 5년이나 유지된 유류세 인하 조치의 효과를 국민이 온전히 누리고 있느냐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국민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지만 '국민이 온전히 정책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 논리적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 근거① 유류세 인하분 잘 반영됐나 = 하나는 유류세 인하분이 제대로 시장에 반영되고 있는지 의문이란 점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있을 때마다 시장(정유사·주유소)이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조치를 시작한 정부든, 연장한 정부든 똑같은 다짐을 내놓은 것도 그래서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현장에서 즉시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부처 합동으로 시장점검을 강화하겠다(문재인 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류세 인하 확대 조치가 실제 판매가격에 최대한 신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 점검을 강화하겠다(윤석열 정부 추경호 경제부총리)." "범정부 석유시장 점검단을 중심으로 유가 상승에 편승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점검하겠다(이재명 정부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
시장이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니 정부가 '철저한 시장점검'을 강조한 거다. 돌려 말하면 '철저한 시장점검'을 통해 '유류세 인하분이 잘 반영'돼야 '국민이 유류세 인하 정책의 효과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문제는 '철저한 시장점검'이란 게 애초에 한계가 분명한 약속이었다는 점이다. 시장이 유류세 인하분을 잘 반영하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정부가 자체 판단 기준을 갖고 시장 가격을 통제할 법적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2021년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결정했을 때 더스쿠프가 "유류세 인하분이 시장에 잘 반영될지 미지수"라고 우려했던 것도 같은 이유다. 당시 정부 관계자도 "담합 등으로 인하분을 반영하지 않으면 상응하는 행정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그 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건 모니터링과 권고가 전부"라고 밝힌 바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로 유류세 인하 조치 5년간 유류세 인하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특별한 조치를 받은 정유사나 주유소는 단 한곳도 없었다. 역대 정부 모두 공수표만 날린 셈이다.[※참고: 이재명 정부가 다른 게 있다면 일부 정유사의 담합을 적발하고, 민간 석유시장 감시기관인 E컨슈머를 통해 좀 더 적극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 근거② 성과분석 하고 있나 = 다른 하나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성과를 분석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단 거다. 역대 정부는 지금껏 "유류세를 인하하면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해 왔지만 어쩌면 당연한 말이다. 정부가 유류세를 낮추고, 이를 일선 주유소가 반영하면 물가를 끌어내리는 압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성과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느냐다. 사실 성과분석은 법적 필수 절차다. 정부 부처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성과 중심의 재정운용'을 펼쳐야 한다. 사실상 '조세지출(조세감면 포함)'에 해당하는 유류세 인하 조치는 성과분석의 대상이기도 하다. 더구나 유류세 인하 조치는 언급한 것처럼 상시 정책이 됐다. 여러모로 성과분석의 당위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성과를 분석하는 데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관련 답변도 횡설수설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조치의 성과를 분석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023년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에서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에 따른 경제적 효과 및 정책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성과분석을 했고, 그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액면 그대로 해석하면 에경연을 통해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알리고 있다는 거다.
그런데 에경연 보고서의 결론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핵심 내용을 보자. "유류세 인하 조치의 정책목표는 국민 부담 완화와 내수 진작이다. 이를 위해선 시장 가격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보다는 선별적 지원, 유가연동보조금 확대, 대중교통 이용 확대·촉진, 소비자 대상 유류세 인하분 직접 환급 방식이 더 적절하다."
한마디로 유류세 인하 조치는 당초의 정책 목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참고: 올해 4월 나라살림연구소는 유류세 인하 조치가 저소득층 교통비 절감엔 별 혜택이 없고,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의 성과분석이 꼭 필요한 이유다.]
만약 재경부가 에경연의 분석을 이듬해에 반영했다면 유류세 인하 조치는 중단했을 거다. 그렇다면 재경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계속 연장하고 있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재경부가 성과분석을 반영하지 않았거나 에경연 보고서가 재경부의 성과분석이 아닌 거다. 재경부의 입장은 뭘까. 독자 편의를 위해 이 질문은 1문 1답으로 풀었다.
더스쿠프: 에경연의 보고서를 재경부의 공식 성과분석으로 봐도 되는가. 재경부 관계자: 그렇지 않다.
더스쿠프: 그럼 에경연에 성과분석을 의뢰했고, 매년 공개하고 있다는 답변은 뭔가. 재경부 관계자: 자체적인 성과분석을 하고 있지만,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더스쿠프: 그럼 성과분석에 사용할 성과지표(기준점)는 갖고 있느냐. 재경부 관계자: 성과지표가 있어야 하느냐.
[사진|뉴시스]
이 답변만 들어보면, 재경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의 성과를 분석하고 있다는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다. 만약 성과분석을 하고 있더라도 어떤 지표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김민수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정부 부처든 지방자치단체든 예산 집행에 집중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사후 측정인 성과분석은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성과 중심 재정운용' 원칙을 어기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상시화했다. 그만큼 이 조치가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지 따져보는 건 당연한 절차다. 그런데도 역대 정부는 지금까지 성과분석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 '국민주권'을 앞세운 이재명 정부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하지 않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email protected]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