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조합원의 시간’…삼성전자 합의안, 부결 시나리오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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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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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한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뉴스1 삼성전자가 마라톤 노사협상 끝에 극적으로 도출해 낸 합의안이 노조원들의 심판대에 오른다. 이번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약 5일 동안 진행된다. 합의안이 최종 제도화될지, 아니면 더 큰 리스크의 불씨가 될지 결정되는 셈이다. 찬반투표가 가결될 경우 노조의 총파업은 공식 철회된다. 합의안이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되면서 지난 6개월 동안의 극심했던 노사 갈등도 일단락될 전망이다. 반면 조합원들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총파업 재점화는 물론 정부의 개입과 노조와해로 이어지는 ‘부결 후폭풍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합의안 부결 시 전개될 세 가지 쟁점을 따져봤다. ━ ① 파업 강행 시 ‘긴급조정권’ 발동될까 조합원 투표에서 합의안이 부결돼 노조가 총파업을 다시 강행할 경우, 최후의 카드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이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의 파업이 국민경제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강제로 파업을 중단시키는 마지막 법적 보루다. 역대 정부에서 이 카드를 가장 신속하게 꺼내 들었던 선례는 노무현 정부 때였던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당시로, 파업 개시 후 3일 10시간 만에 발동했다. 긴급조정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중앙노동위원장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며, 발동되는 즉시 노조는 30일간 파업이 전면 금지된다. 다만 실제 발동까지는 노사 모두에게 상처가 더 클 거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긴급조정권은 실제 파업이 시작된 이후에야 발동되는 만큼, 그 사이 발생하는 사측의 생산 차질과 피해는 피하기 어렵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생산라인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하루 최대 1조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더군다나 자율적 타협이 아닌 정부 개입이라는 강제적 방식으로 사태가 봉합될 경우, 회사에 대한 현장 직원들의 불만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도 이날 “회사와 구성원의 미래를 위해 다 함께 뜻을 모아주기를 부탁드린다”며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찬성 투표를 독려했다. 노조 입장에서도 중노위의 강제중재 절차는 받아들기 힘든 성적표가 될 수 있다. 과거 아시아나항공 중재안을 보면 사실상 기존 정부 조정안에서 문구만 일부 수정된 수준에서 최종 결론이 났다. ‘노동 존중’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도 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정치적 부담인데다, 양대 노총 등 노동계의 반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② 노조, 반격 카드는 만일 정부가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경우,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반격 카드는 사실상 ‘소송전’이 유일하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노조는 행정법원에 이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긴급조정의 핵심 효력인 ‘30일간 파업 금지’ 족쇄는 그대로다. 노조가 쟁의권을 행사해 파업에 돌입하려면 행정소송 본안과 함께 법원에 긴급조정권 효력을 잠정적으로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가처분)’을 내 인용 판결을 받아내야만 한다. 단체행동권이라는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논리를 앞세워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통상적인 심리 기간을 고려할 때, 파업이 금지된 30일 이내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게다가 위헌 판결을 받아낼 가능성도 낮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라,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김영옥 기자 ━ ③ ‘성과급’으로 자란 초기업노조, 갈 길은 무엇보다 합의안이 조합원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 노조의 존립 자체를 뒤흔드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SK하이닉스가 쏘아올린 ‘영업이익 일정비율(N%) 성과급 제도화’ 담론을 파고들며 세를 불려왔다. 실제로 2025년 9월까지만 해도 4701명에 불과했던 조합원 수는 성과급 불만이 극에 달했던 지난달 말 기준 7만7000명까지 급증했다.그러나 최근 지속된 성과급 대립에 따른 피로감과 노노(勞勞) 갈등 여파로 20일 기준 7만985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원래 삼성전자 제1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조(전삼노)였지만, 초기업노조는 이른바 ‘세련된 투쟁’ 방식을 앞세워 단기간에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했다. 합의를 이끌어낸 초기업노조 지도부의 정당성 역시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내부 결속력 약화와 추가 탈퇴 움직임이 도미노처럼 이어질 경우 과반노조 지위가 흔들리며 다시 복수 노조가 난립하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기존 노조들이 특정 이념이나 정체성을 중심으로 결속했다면, 이번 노조는 오직 ‘돈’이라는 실리적 가치로만 뭉쳐있다”며 “성과급 동력이 약해지는 순간 결속력이 급격히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email protected]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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