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서 밀리면 3층 불법 사금융으로"... 금융위, '잔인한 계급장'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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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금융 추진단' 신설 등 구조 개혁 예고... 이억원 위원장 "포용 금융하면 수익성 악화? 공공성과 상충 안 해"
[류승연 기자]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계기 '금융분야 10대 핵심성과'를 발표했다.
ⓒ 금융위원회
"1층(제도권 금융)이 제 역할을 못 하면 모든 수요가 2층(정책 서민 금융)으로 밀려들고, 2층도 감당 못 하면 결국 3층(대안 금융)인데 여긴 완전히 사각지대입니다."
21일 서울 정부청사 기자회견장. 정부 출범 1주년에 즈음해 그간의 금융 분야 핵심 성과를 점검하고 5~6월 주요 추진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한국 금융 소외 문제 구조를 '층'이라는 단어로 압축해 표현했다.
은행이 신용도 높은 우량 차주 위주로 거래를 지속하면서 여기서 탈락한 수요가 정책 서민금융으로 밀려들고, 거기서도 받아주지 못하면 결국 불법 사금융의 먹잇감이 된다는 진단이다. 마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SNS를 통해 현행 신용등급 체계를 "보이지 않는 계급장"이라 비판하며 구조 개혁을 주문한 터였다.
이 위원장은 "저나 김 실장이나 금융위 직원들 모두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고 입을 뗐다. 이 위원장이 내놓은 해법은 '포용금융 전략 추진단' 신설이다. 지금까지 금융당국이 새도약기금, 신용사면 등 이미 발생한 문제를 구제하는 데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이같은 문제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구조 자체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이날 이 위원장에 따르면, 앞으로 추진단은 기존 포용금융 대전환 회의 산하에 총괄·정책서민금융·금융산업·신용인프라 4개 분과로 구성된다. 참여 범위는 정부·금융회사를 넘어 현장 상담기관 종사자, 시민사회 활동가까지 열어두기로 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 차원에서 포용금융 최고책임자 지정 의무화 방안도 검토한다. 6월 중 현장 대토론회를 시작으로 분과별 논의 결과를 포용금융 대전환 회의에 순차 상정해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신용평가 체계 개편도 핵심 과제다. 이 위원장은 "현행 신용평가가 과거 이력, 금융 거래 이력, 연체 이력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구조적으로 금융 취약계층을 배제하고 있다"며 "AI 시대에 다양한 비금융 정보를 활용해 상환 능력을 정교하게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모델은 하반기부터 7개 시범 은행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다음 주 제5차 포용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매입채권 추심업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대부업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유동화전문회사가 보유한 새도약기금 대상 채권의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금감원·한국신용정보원·캠코 4중 체계를 통한 전수조사도 실시한다. 현재 KB스타(2800억 원·1만9000명), 상록수(4700억 원·57만 명), 제네시스(280억 원·5000명) 등이 채권 매각 의사를 밝혀 매입 절차에 들어간다.
이 위원장은 포용금융 강화가 은행 수익성을 해친다는 우려에 대해선 "수익성과 공공성이 반드시 상충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채무 조정을 조기에 시행하면 방치 후 사후 처리보다 효과가 크다는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며 "미래 고객을 미리 키운다는 관점에서 수익성과 공공성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진행된 질의응답을 항목별로 구분해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국민주권정부 출범 1주년 계기 '금융분야 10대 핵심성과'를 발표했다.
ⓒ 금융위원회
[포용금융·서민금융]
Q. 오늘 포용금융 논의 방향이 김용범 정책실장의 글에 대한 답변처럼 보인다. 실장과 대화를 나누었나.
"포용금융은 금융을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가장 큰 숙제이자 고민이다. 저나 김용범 실장이나 금융위 직원들 모두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금융은 3개 층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1층은 제도권 금융, 2층은 정책 서민금융, 3층은 대안적 관계금융이다. 1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모든 수요가 2층으로 밀려들고, 2층이 감당 못 하면 결국 3층에서도 사각지대가 생긴다. 이번 추진단을 통해 이 역할 구도를 어떻게 종합적으로 재설계할지 본격적으로 논의해 보겠다."
Q. 논의 중인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을 시중은행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검토할 계획인가.
"신용평가는 신용평가사의 1차 모형과 금융기관 내부 모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제는 양쪽 모두 과거 이력, 금융 이력, 연체 이력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AI 시대에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상환 능력을 정교하게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금융기관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모델은 하반기부터 7개 시범 은행에 적용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Q. 포용금융이 강화되면 시중은행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생각은.
"수익성과 공공성이 반드시 상충하지는 않는다. 영국 연구에 따르면 채무 조정을 조기에 적극 시행하면 방치 후 사후 처리할 때보다 개인적·사회적 효과가 훨씬 크다. 사전 채무 조정을 활성화하면 건전성 규제와 연계한 유인 체계 설계도 가능하다. 미래 고객을 미리 키운다는 관점에서 보면 수익성과 공공성이 함께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어제 국무회의에서 5~7년 연체 채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해당 구간 채권에 대한 지원 확대 계획은.
"새도약기금 설계 당시 7년 이상 기준을 선택한 건 재원 한계와 기존 법령상 7년 기준을 감안한 것이다. 5~7년 구간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고민이 많았고, 소각은 안 되지만 채무 감면율을 기존 70%에서 80%로 높이는 '특별 채무 조정'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Q. 매입채권 추심업 허가제 전환의 구체적인 타임라인은.
"매입채권 추심업 허가제 전환은 대부업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지금까지 등록제로 운영돼 온 연혁도 있지만,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큰 무리 없이 바꿔나가겠다."
[자본시장]
Q. 코스닥 승강제 관련 프리미엄·스탠다드 구분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계획인지.
"현재 코스닥 시장에는 모든 기업이 혼재되어 있어 시장의 차별성과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많다. 나스닥 사례처럼 시장 내 구분을 통해 각자의 차별화와 혁신,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프리미엄·스탠다드 구분 기준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와 의견 수렴을 해나가겠다."
Q. 금융위가 최근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 안건을 이례적으로 금감원으로 돌려보냈는데, 추가 감액 취지인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 첫 대규모 제재이자 다수 금융기관이 관련된 사안이고, 향후 유사 사례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결과를 예단하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 파악, 법리 적용에 있어 보다 정교하고 엄밀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위의 원칙이었다. 금감원도 같은 입장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드린 것이고, 금감원에서 신속히 처리한 뒤 올려주면 우리도 신속히 처분을 내리겠다."
Q.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됐다. 기초 자산 확대 계획이 있나. 현재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본시장의 주요 리스크 요인은 무엇으로 보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취지는 해외에서는 허용되는 상품이 국내에서는 안 되는 역차별을 해소하고 글로벌 제도 정합성을 맞추자는 것이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심화 교육 이수, 예치금 납부, 상품명에 'ETF' 표기 금지 등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다. 기초 자산 적격 요건도 시가총액 10% 이상, 거래량 5% 이상, 파생상품 거래량 1% 이상 등으로 엄격히 제한했다. 시장에 나온 이후에도 효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자본시장은 단기보다 긴 흐름으로 봐야 한다. 기업 이익, 시장 체질, 거시경제 변수, 투자자 신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물이다."
[부동산·가계대출]
Q.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 진행 상황은.
"비거주 1주택자 대출 규제는 계속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황을 파악한 바로는 수도권 규제지역 아파트 1주택 및 전세 대출 규모가 약 9조 2000억 원, 5만 9000건으로 집계된다. 투기 목적을 어떻게 정의하고 걸러낼지, 포지티브 방식으로 갈지 네거티브 방식으로 갈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토 중이다. 다주택자 만기 연장 대출 때처럼 관련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현황을 파악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대로 말씀드리겠다."
Q. 중소기업 대출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담보 대출로 흘러가고 있어 생산적 금융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있다. 비업무용 부동산을 통한 우회 대출에 대한 대책이 있나.
"대출 목적에 맞지 않는 사용이 확인될 경우 금융권 자체적으로도 관리하겠지만, 그런 사례가 있다면 더 철저히 점검해 나가겠다."
[가상자산·디지털금융]
Q. 하나은행의 바이낸스 1조 원 지분 투자와 관련해 9년간 이어져 온 '금·가(금융·가상자산) 분리' 조치가 풀린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입장은.
"금가 분리는 2017년 말 가상자산 투기 우려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참여를 제한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금은 글로벌 시장의 변화, 가상자산 제도화 입법 추진 등 상황이 달라진 만큼 이를 종합적으로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용자 보호, 금융 안정, 그리고 현재 추진 중인 스테이블코인 도입, 가상자산 거래소 규율 체계 정비 등 2단계 가상자산법 입법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
Q. 제4인터넷은행 설립 계획은. 디지털 자산 기본법 2단계 입법 관련 한국은행과의 이견은 해소됐나.
"제4인터넷은행은 필요성과 시장 상황에 따라 검토될 사안이다. 디지털 자산 기본법은 없던 길을 새로 가는 것인 만큼 스펙트럼이 넓다. 혁신을 강조하는 의견, 안정을 우선시하는 의견이 공존한다. 관계 부처, 국회와 지속적으로 의견 수렴과 조정을 강화해 나가겠다."
[금융규제·건전성]
Q. 은행에서는 RW(위험가중치) 완화에도 불구하고 투자 부문 RW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있다. 주택담보대출 RW가 신규에만 적용된다는 실효성 문제도 있는데, 추가 조정 여지가 있나.
"투자 부문 RW는 기존 원칙 400%, 예외 250%에서 원칙 250%, 정책펀드는 100%로 조정했다. 글로벌 정합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원칙이다. 운영 리스크, 구조적 외환 포지션 등 RWA 전반에 대해서도 개선 여지를 계속 검토해 나가겠다. 현장에서 문제 제기되는 부분은 항상 귀를 열어두고 살펴보겠다. 주담대 RWA는 기존 15%에서 20%로 조정했다. 시장 상황, 정책 목표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추가 개선해 나가겠다."
Q. 지주 회장 3년 임기 제한을 법제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나. 오너가 있는 금융지주도 지배구조 개선 대상에 포함돼야 하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 CEO 연임 절차의 공정성·투명성, 이사회 독립성 등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 공감한다. 다만 방법론이 가장 어렵다. 제도를 개선해도 현장에서 내부 서클이 반복·재현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가 핵심 고민이다. 제도의 취지를 실제로 구현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부분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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