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기름값, 섬이라 비싼 줄만 알았더니… ‘내일 가격’ 먼저 돌린 담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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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프로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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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가격 오피넷 공개 전 협회에 전달… 기준가 정해 회원·비회원 주유소까지 압박공정위, 제주주유소협회·제주·서귀포농협에 20억 5,000만 원 제재… “경쟁 제한 중대” 제주주유소협회가 회원사에 보낸 기준가격 통지 메시지. 기준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제주 기름값이 비싼 데는 단지 섬이라는 이유만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농협 주유소의 다음 날 휘발유·경유 판매가격이 오피넷에 공개되기도 전에 제주주유소협회로 넘어갔고, 협회는 이를 지역 주유소들이 따라야 할 ‘기준가격’으로 정해 회원사들에 돌린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결국 도민과 관광객은 섬이라 비싸다는 말만 믿은 채, 경쟁이 있었다면 내지 않아도 됐을 비용까지 주유기에 넣어온 셈입니다. ■ 공개 전 농협 가격, 제주 주유소 ‘기준가’가 됐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제주주유소협회는 2022년 9월 19일부터 2024년 7월 10일까지 제주시농업협동조합(이하 제주농협)과 서귀포농업협동조합(이하 서귀포농협)으로부터 다음 날 휘발유·경유·등유 판매가격을 미리 제공받았습니다.협회 측은 이 가격을 제주시와 서귀포시 지역 주유소의 기준가격으로 정한 뒤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회원사에 알렸습니다. 농협 주유소 가격이 오피넷에 공개되기 전 업계 내부에 먼저 공유됐고, 일반 주유소들은 이를 참고하는 수준을 넘어 사실상 맞춰야 할 가격으로 받아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제주주유소협회가 회원사에 보낸 단가 변경 안내 메시지. 다음 날 가격 변경과 아침 조정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공정위는 협회가 회원사들에게 기준가격 통지 내용을 삭제하거나 외부에 유출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담합 조사가 진행되는 등 민감한 시기에는 카카오톡 대신 전화나 직접 방문 방식으로 가격을 알렸다고 밝혔습니다.제주시 지역 회원사에는 62회, 서귀포시 지역 회원사에는 60회에 걸쳐 가격 정보가 공개 전에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심지어 “많이 좀 올려달라”… 싼 주유소까지 관리농협의 역할은 가격 정보를 건네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이번 조사에 직접 연루된 농협 주유소는 제주농협이 운영한 3곳 가운데 제주주유소협회 구성사업자인 1곳과, 서귀포농협이 운영한 2곳입니다. 서귀포농협의 2개 주유소는 모두 협회 구성사업자였습니다.공정위는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이 협회와 가격 인상·유지 여부를 함께 논의하고, 기준가격보다 낮게 판매하는 주유소를 협회에 알려 가격 준수를 요구했다고 판단했습니다.공개된 통화 내용에는 제주농협 관계자가 휘발유 가격 50원 인상과 경유 가격 140원 인상을 제안하고, 협회 측이 이를 받아들이는 대화도 담겼습니다.협회는 이후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준가격을 조정해 주유소들에 전달했습니다. 기준보다 싸게 판매하는 회원사뿐 아니라 비회원 주유소에도 연락하거나 직접 찾아가 가격을 맞추도록 유도한 것으로 공정위는 봤습니다.농협 주유소는 공동구매 구조를 통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유류를 공급받을 수 있는 곳입니다. 일반 주유소 입장에서는 농협 판매가가 시장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문제는 그 가격이 소비자에게 공개되기 전 업계 내부에서 먼저 공유됐고, 다른 주유소의 가격 인상과 유지에 활용됐다는 데 있습니다.■ 경유는 최대 150원, 휘발유는 최대 83원 더 높아공정위가 비교한 월평균 판매가격을 보면 담합 기간 제주 기름값은 일부 시기에 육지 평균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경유는 2022년 9월 리터(L)당 최대 150원, 휘발유는 2023년 1월 최대 83원 더 높았습니다.공정위는 이번 가격 결정 행위가 없었다면 제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L당 적게는 10원, 많게는 50~60원 더 낮아질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제주 유류 가격에는 해상운송비와 저장·유통비 등 지역 특수성이 반영됩니다.하지만 이번 사안은 그런 비용과는 별개로, 주유소 간 경쟁이 작동했을 때 소비자가 누릴 수 있었던 가격 인하 여지까지 제한됐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관광객과 렌터카 이용객이 주유소 가격을 비교해 이동하는 제주에서 유류 가격은 도민 생활비뿐 아니라 여행 경비와도 연결됩니다. 공정위는 관광객이 많은 제주 특성상 소비자의 구매 전환이 쉬운 만큼, 가격 경쟁을 막으려는 유인책이 작동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과징금 20억5,000만 원… 농협 두 곳이 대부분과징금은 제주주유소협회 3,000만 원, 제주농협 9억 8,700만 원, 서귀포농협 10억 3,300만 원입니다.공정위가 농협 두 곳에 전체 과징금의 대부분을 부과한 것은 이들을 협회의 가격 결정에 수동적으로 응한 사업자가 아니라, 가격 인상·유지와 기준가격 준수 유도에 적극 참여한 주체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주유소 업종에서 사업자단체의 가격 결정 행위에 구성사업자가 가담해 가격 유지·변경과 기준가 준수까지 유도한 행위를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공정위는 주유소가 시장 수급과 입지 조건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판매가격을 정해야 하는데도, 협회와 구성사업자들이 가격 경쟁을 피하려고 가격 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봤습니다. 이번 제재가 제주 지역 유류 시장의 가격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email protected])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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